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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 장현호(밀양향토사연구회 회장)

기사입력 : 2022-12-05 19:26:34

거리의 가로수 잎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도로에는 낙엽의 군무가 바람의 지휘에 맞춰 분주히 날아다닌다. 어떤 나무에는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벌써 한 해가 막바지에 이르러 열 두장의 달력이 달랑 한 장만 남아있다.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집안 구석구석 싸늘한 공기를 품고 똬리를 털고 있다. 외출할 때 벌써 지난겨울에 입었던 스웨터를 꺼내게 된다. 스웨터의 온기가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하는 가장 고마운 벗이기 때문이다. 스웨터는 털실 사이에 공간이 있기 때문에 따뜻함을 스스로 품고 있는 옷이다.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는 털실 사이에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사이’란 ‘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털실과 털실 사이의 공간이 따뜻함을 품는 것처럼 인간(人間)이라는 한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람이라는 글자로 충분한데 ‘사이’라는 뜻을 가진 ‘間’ 자는 왜 붙였을까?

어쩌면 ‘사이’라는 말이 삶의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굵은 털실 사이로 바람이 숭숭 새어들 것 같은데 스웨터를 입으면 왜 따뜻할까.

털실과 털실 사이에 있는 공기가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스웨터는 다른 옷들보다 유독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겨울에는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오랜 시간과 노동으로 만든 스웨터가 고마운 것이다.

털실과 털실 사이 공간이 따뜻함을 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도 따뜻함을 가만히 품고 있으면 인간의 존재가 더욱 따뜻한 사이로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사람의 온기만 있으면 충분히 훈훈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소통의 길이다. 소통의 길을 따뜻하게 채워보자.

따뜻한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으로 서로 온기를 채워주는 더불어 사는 존재다. 따뜻함이라는 말 자체가 두 개 이상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온기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너와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걷고 싶다.

장현호(밀양향토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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