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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는 일자·철갑 대신 목판… 당시 거북선 최대한 재현”

해군사관학교 3차 거북선 첫 공개

전문가 18인, 사료·문헌 등 연구

기사입력 : 2022-12-06 20:49:22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당시 쓰셨던 거북선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용두(용 머리)와 철판(상판 덮개) 부분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거북선과는 다릅니다.”

박준형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은 해군이 새로 재현한 거북선을 가리키며 이렇게 강조했다.

6일 해군사관학교에서 처음 공개된 거북선은 흔히 알던 거북선의 모습과는 달랐다. 거북선 덮개에는 철갑을 두르고 용두는 선체보다 높이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새로 선보인 거북선 덮개에는 철갑이 아니라 목판이, 용두는 뱃머리 부분에 일(ㅡ)자 형태로 놓여 있었다.

6일 창원시 진해 해군사관학교 군항에서 임진왜란 시기 사용됐던 거북선(3차 재현)이 공개되고 있다./성승건 기자/
6일 창원시 진해 해군사관학교 군항에서 임진왜란 시기 사용됐던 거북선(3차 재현)이 공개되고 있다./성승건 기자/

내부는 노를 젓고 대포와 활을 쏘는 포판과 그 위에 용두를 통해 대포를 쏠 수 있는 상포판이 있는 구조였다. 실제와 비슷하게 복원해보니 내부는 사람이 움직이기에는 불편했다. 박 관장은 “거북선은 기능을 위해서 설계됐지, 사람을 위해 설계된 게 아니기 때문에 내부는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포와 각종 창, 활이 놓여 있어 당시 거북선 모습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해군과 해군사관학교에 따르면, 이 거북선은 지난 2019년 설계에 들어가 약 4년 만에 완성됐다. 해군은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거북선을 복원했지만,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제 사용했던 거북선과는 다르다고 판단해 3차 복원을 진행했다. 1차 거북선(1980년 건조)은 임진왜란 200년 이후 기록인 ‘이충무공전서(1795년)’에 있는 전라좌수영 귀선(龜船)과 통제영 귀선을 혼용해 제작했다. 2차 거북선도 1차 거북선과 동일한 형태로 재건조(1999년)했다. 이에 실제 임진왜란에서 사용했던 거북선과 복원된 거북선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1차 거북선은 남해군에서 전시관으로 활용 중이고 2차 거북선은 해사에서 관리 중이다.

이번에 새로 재현된 거북선은 역사적 자료와 국내 전문가 18명의 연구를 바탕으로 재현됐다. 설계 과정은 ‘이충무공전서(1795)’에 있는 통제영 귀선을 근거로 삼았다. 또 임진왜란 당대 기록인 이순신 장군의 ‘장계(당포파왜병장, 1592)’와 조카인 이분이 쓴 ‘행록’도 반영됐다. 이번 거북선은 총 29억원을 들여 제작됐으며 국내산 소나무가 주재료로 쓰였다. 크기는 전장 24m, 배수량 92t으로, 2차 거북선에 비해 전장 약 10m, 배수량은 약 60여t이 감소해 비교적 작아졌다.

공개된 거북선 내부.
공개된 거북선 내부.

기존 거북선과 가장 큰 차이점은 용두 위치와 철갑의 유무다. 조선시대 사료에는 거북선에 철갑이 있었다는 내용이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이 잘못 알려지면서 기존 복원된 거북선들은 덮개에 철갑이 놓인 상태였다. 이번 거북선은 사료와 전문가 연구를 통해 철갑이 없었다고 판단해 쇠못이 꽂힌 목판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거북선 용두는 잠망경 구조로 선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대포를 발사하기가 힘들었다. 이번 거북선 용두는 뱃머리 부분(개판 높이)에 직결된 일(ㅡ)자 형태로 만들어져 대포 발사가 가능하다. ‘당포파왜병장’의 “배 앞에는 용머리를 달았고 입에서 대포를 쏘며 등에는 쇠못을 꽂았다”는 기록이 바탕이 됐다. 또, 보조타 역할을 하는 ‘대노’도 추가돼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상영된 영화 ‘한산’에서 거북선 용두가 전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은 역사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준형 박물관장은 “관련 문헌이나 사료가 부족해 완벽한 복원에는 한계가 있지만, 임진왜란 당대의 기록과 학계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이충무공께서 실제 해전에 활용해 승리의 주역이 된 거북선으로 재현하고자 노력했다”며 “임진왜란 거북선 건조를 계기로 해군 장병은 물론, 모든 국민이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한층 더 현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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