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파업 끝났지만 노·정 ‘안전운임제 입장차’ 더 벌어졌다

정부, 3년 연장서 “원점 재검토”

화물연대 “연장 약속 지켜라”

기사입력 : 2022-12-11 20:12:39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파업의 불씨가 된 안전운임제에 대한 정부와 화물연대의 입장차는 더 벌어졌다.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는 결국 ‘빈손’으로 복귀하게 됐고, 정부는 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당분간 노정 갈등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총파업 불씨 안전운임제… 실효성 놓고 ‘팽팽’

지난 9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인해 과로·과적·과속의 위험으로 내몰리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자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를 말한다. 안전운임은 매년 국토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안전운송원가에 인건비, 유류비, 부품비 등 적정 이윤을 더해 결정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안전운임이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화주가 안전운임제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됐고, 컨테이너·시멘트 등 2개 품목 운송이 안전운임제 대상이다. 전체 사업용 화물차(45만3000대)의 6% 정도다.

안전운임제가 올해 만료되면서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의 차종 품목 확대를 본격적으로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현행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3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결과 당초 제도의 목적인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견인형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제도 시행 이전인 2019년 21명에서 2021년 30명으로, 사고 건수는 2019년 690건에서 2021년 745건으로 증가했다. 견인형 화물차의 78%인 2만7500대가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이다.

화물차주 수입과 근로 여건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화물차 성과분석용역’ 보고서를 통해 컨테이너 화물차주 월평균 순수입이 2019년 300만원에서 2021년 373만원으로, 시멘트 화물차주 순수입이 2019년 301만원에서 2021년 424만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컨테이너 화물차주의 월평균 업무시간은 2019년보다 5.3%, 시멘트는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물연대는 화물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4시간을 운송하고 한 달 24일 일하면 순소득으로 367만원을 가져간다고 밝혔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안전운임제 원점 재검토…노정 갈등 장기화

화물연대가 애초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영구화 대신 3년 연장안 입법화를 요구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 폐지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당정은 화물연대 총파업 이전인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산업계 피해가 확산하자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토부는 “3년 연장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운송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 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운송거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국회 내 논의 과정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회에서도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중재안까지 거부하며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안전운임제가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까지 극적으로 일몰제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여전히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철회에도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는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