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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ESG경영과 문화예술의 관계-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기사입력 : 2023-01-09 19:05:10

1987년에 유엔환경계획과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를 함께 채택,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제시하였다. 그 이후 전 세계는 기업 활동에서의 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지구적 의제로 삼기 시작했다. 2021년에 법정문화도시 지정,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에 이어, 2023년 전국체전 및 2024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최도시로 선정된 김해시도 문화적 도시경영을 지향하면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개념을 뜻하는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와 예술정책을 고민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김해문화재단 또한 작년부터 지금까지, 특히 생태 및 환경문제를 문화와 예술에 적용, 실천하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사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미세먼지농도의 상승에 따라 정부로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취한다’는 재난문자를 받았다. 알다시피 우리는 꽤 오랫동안 지구의 기후변화가 있음을 감지해 왔고 지금은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이 상당히 크다. 재난영화나 공연, 전시, 광고 등의 주제로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수 년 내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철학자이자 영문학자인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이 과학적 사고체계로 파악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거대사물(Hyperobject)’이라 했다. 이는 인류가 가진 지식체계나 삶의 기간을 훨씬 넘어서는 광대한 것들을 의미하며, 그는 그것의 전체를 볼 수 없는 것들, 예컨대 ‘기후위기’를 한 예로 들었다. 그동안 인류의 과학발전이 산업에 적용되고 부대결과로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들이 양산되면서 지구생태계 문제가 드러났다. 사물들이 만들어낸 각종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요즘, 문화재단과 같은 기관이 마땅히 해 왔던 각종 행사나 축제, 공연 등을 수행할 때 발생하는 탄소중립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SF에 관한 글을 많이 발표했던 다르코 수빈(Darko Suvin)은 ‘SF는 필요충분조건으로 낯섦과 인지의 존재와 상호작용을 가진 문학 장르다’라는 말을 했다. SF문학을 가르치는 영문학자 이동신은 ‘그저 새롭고 신기한 정도의 새로움’이 아니라,‘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세계관과 우주관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총체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노붐(Novum)’과 ‘내가 이해한 것은 낯설지 않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낯설다’는 ‘인지적 낯섦’, 이 둘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SF문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SF문학 특성의 설명은 문화행사와 축제, 공연 등을 수행하는 문화재단이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인식적 전환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시대의 이야기이자 실재’이지만 우리가 완전한 경험을 한 것이 아니어서 실감이 더딘 기후위기에 대해, 사실과 진실 여부를 과학적 논쟁에만 맡기지 말고, 우리의 의지와 약속을 통한 실천을 우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편리함과 익숙함을 버리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일상의 불편을 야기하겠지만, 문화재단은 그동안 이해하기 쉽고 익숙했던 것들에 대한 ‘인지적 낯섦’을 받아들이면서 재단의 경영 및 문화와 예술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고, 환경교육·환경정보공개·에너지의 적정사용·플라스틱 사용 감소 등 문화재단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실천의제를 도입하고자 한다. 또한 인권보호, 안전관리, 사회공헌, 공정거래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 해결과 가치정립의 선도적 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신년의 의지도 밝히고 싶다.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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