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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LH 혁신안- 강진태(진주본부장)

기사입력 : 2023-01-15 19:30:51

각계의 우려를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능 분리 조직개편안이 최종 폐기됐다.

최근 정부가 확정한 LH혁신 방안은 조직·기능 분리 없는 지역본부와 사업단의 축소,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공사 등이 수행할 수 있는 10개 기능 폐지와 축소, 임금피크제 기간 단축 및 급여 차등 지급 등 조직·인사 및 경영효율성 제고를 비롯한 투명성 확보를 위한 통제 장치 강화, 주요자를 중심으로 한 본연의 역할 수행이 주요 골자다.

2021년 3월 소속 직원의 땅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LH 사태는 국민들의 비난과 함께 정부가 토지와 주택으로 조직을 분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LH혁신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최고 공기업의 근간이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당시 LH는 한때 최고의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의 사표가 잇따르고, 소위 엘리트군들이 기피하는 직장으로 추락했다.

기자가 만나본 LH 직원들은 LH 직원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워 식사 시간에도 외부로 잘 나가지 않는다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는가. 하지만 소속 직원들의 탈선은 LH 조직의 기강이 그만큼 해이해져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사건이었고, 그 비난 또한 오롯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

현행 조직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이번 정부의 혁신안은 국민들이 LH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LH는 이 같은 정부 결정의 배후에는 본사가 있는 진주시민들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시 LH 지키기에 진주시를 비롯한 기관, 단체는 물론 전체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나섰다. 진주에서 이렇게 범시민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처음 봤다.

진주시장이 청와대, 국회를 비롯한 중앙정부 청사 앞에서 연일 1인 시위를 펼쳤고, 상공인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남진주혁신도시 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의 10주간 진행됐던 상경 릴레이 1인 시위, 52개 사회단체의 성명서 발표 등 LH 해체를 반대하는 거의 민란에 가까운 목소리가 정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LH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을 위한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고, 지역공헌사업 등에 역량을 쏟아야 하는 명백한 이유도 생긴 것이다.

만에 하나 조직개편안이 폐기됐다고 안도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전자에 비교도 되지 않을 수모를 겪으면서 조직의 해체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강도 높은 혁신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안착과 지역을 위한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

강진태(진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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