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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가림의 미학(?)- 이현근(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3-02-02 19:56:15

이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 2020년 10월 도입해 27개월여 만이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으니 거의 3년 만이다. 사실상 노마스크시대가 돌아왔지만, 방역이 아닌 마스크를 쓴 얼굴과 벗은 얼굴이 다른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의 미학차원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류와 가장 친숙해진 것이 마스크다. 외부의 바이러스를 일차적으로 차단하는 도구로는 마스크만한 것이 없었다. 이전까지 마스크는 감기에 걸렸거나 얼굴 상처를 가리는 단순 용도에 그쳤지만 이제 옷을 입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치장이 됐다. 단순하던 디자인도 갖가지 색상은 물론 다양한 기능까지 더해 더 새로운 패션아이템으로까지 진화했다.

▼노출과 가림에 대한 논란은 도덕과 종교까지 가세해 언제나 뜨겁다. 이슬람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들의 신체를 노출하는 것을 막으면서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인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얼굴 가림 금지법이란 게 있다. 1989년 모로코 여중생들이 수업 중 히잡을 벗지 않아 퇴학 당하면서 공립학교에서 모든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논의가 시작돼 2011년 법으로 제정됐다.

▼우리 속담에 “가림은 있어야 의복이라 한다”는 말이 있다. 감추는 일이 옷의 목적으로 가려야 할 곳을 제대로 가려야 옷이라는 뜻으로 ‘제가 맡은 구실을 다해야만 마땅한 대우를 받는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류는 위해 환경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부끄러움을 알고부터 가림의 목적으로 사용했다. 마스크의 목적은 방역이었지만 이제 가림으로써 자신감을 주는 가림막 역할까지 확대됐다. 마스크, 벗을까 말까.

이현근(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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