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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시장, 70여년 만에 빗장 풀리나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직접 참여

새벽 2시까지 개장시간 연장 등

기사입력 : 2023-02-08 08:12:10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로 70년 넘게 유지돼온 한국 외환시장 구조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당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정부는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7일 밝혔다.

한국의 무역과 자본시장 규모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외환시장은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정책 방점이 ‘시장 안정’에 찍히면서 외환시장 변화는 더욱 쉽지 않았다.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이런 구조를 바꾸기로 한 배경에는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자본시장,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한데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거래시간도 한정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해 2010년대 이후 NDF가 현물환의 거래 규모를 뛰어넘었고,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NDF가 498억달러, 현물환이 351억달러였다.

선박 수주가 호황일 때 조선사의 막대한 선물환 매도로 원화가 절상 압력을 받고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원화가 절하 압력을 받는 등 시장이 좁아 일부 수급 주체의 거래 방향이 환율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거론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딛고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 매력도도 올라가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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