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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전기료 폭탄에 시설농가 ‘휘청’

국화 재배 농가 “치솟는 난방비 부담에 품종 바꾸고 전기난방기 들였는데 전기료 올라”

고추 재배 농가 “껑충 뛴 1월 전기요금에 걱정 태산… 비료값까지 40~50% 올라 대책 절실”

기사입력 : 2023-02-09 20:28:20

기름값과 전기료 인상에 따라 난방비가 치솟자 도내 시설 재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난방비 인상으로 한 해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며 농업 경영 악화에 대한 푸념이 이어졌다.

9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의 한 국화 재배 농장. 1983㎡(600평) 정도 되는 비닐하우스에서 국산 대형 국화 품종인 백강을 키우고 있는 황정환(48)씨는 요즘따라 온도계로 시선이 향하는 경우가 잦다.

9일 오전 마산합포구 진전면의 국화 재배 농장에서 황정환 대표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전기 난방기를 조작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9일 오전 마산합포구 진전면의 국화 재배 농장에서 황정환 대표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전기 난방기를 조작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겨울을 보내는 화훼농가는 난방 온도에 따라 고정비 차이가 크게 난다. 이곳에 재배되는 백강은 재배 적정 온도가 20~21℃로 산마 등 다른 국화 품종보다 2~3℃ 낮다. 황씨는 올해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백강으로 품종을 전환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황씨는 “단 1~2℃ 차이가 난방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재배 온도가 낮은 품목으로 전환한 올해는 기름이 적게 들어 난방비가 절약될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부생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황씨는 최근 1400원대로 6000ℓ를 구입하면서 840만원 정도를 냈다. 2021년에만 하더라도 동일 ℓ기준 550만원 정도면 거래가 가능했다. 기름값은 지난 몇년간 계속 오름세다. 황씨는 “2020년 11월께 ℓ당 580원이었던 부생연료가 2021년 11월 920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11월에는 1380원까지 뛰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겨울 황씨는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작년에는 기름 난방기와 보온 담요로 하우스 내부 온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겨울에는 기름값 부담을 줄이고자 전기 난방기를 새로 들였다. 하지만 전기요금까지 오르며 걱정은 쌓여만 간다.

“최근 몇 년간 불안했던 기름값에 대비해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전기료도 오르네요. 우리 같은 일반인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은 수준이에요. 태산 넘어 태산이네요.

창원 의창구 대산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10년째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성권환(58)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씨는 “1월 요금 고지서를 받았는데 숫자가 잘못된 줄 알았다.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고 쓴 웃음을 보였다.

1983㎡가량의 하우스에서 전기 난방기로 고추 재배 온도를 맞추고 있는 성씨는 전기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대비 전기 요금 대비 167% 정도 뛰었기 때문이다.

성씨는 “2021년 12월에는 전기 요금이 400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지난해 12월에는 680만원가량이 나왔다. 당장 3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1월이 추웠던 까닭에 온도를 맞추기 위해 난방을 켤 수밖에 없었는데, 이달 말 고지서에는 얼마가 찍혀 있을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정부는 시설 농가에 유가 지원을 했지만, 전기요금의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어 성씨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농사용 전기 요금도 인상되며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시설 재배 농민들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비료값도 지난해 대비 40~50%가량 올랐어요. 안 오르는 게 없잖아요. 난방비도 오르고, 대출금리도 올라가서 대출 내기도 부담스러워요. 가면 갈수록 농사짓기 힘들어지는데, 이래 가지고 누가 농사를 짓겠습니까.”

경남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내 시설재배 농가는 1만4113가구가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유가 연동 보조금 등 시설원예농가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 가운데, 현재 전기료도 많이 오른 만큼 도에서는 지원과 관련해 자료를 수집하면서 다방면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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