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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시작이라는 마침표를 찍고-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기사입력 : 2023-02-27 19:31:53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2023년이 밝은지도 두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는데 특이하게도 2022년의 끝자락에서 필자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마침표’였다. 필자는 이제껏 마침표(.)를 그냥 단순히 글을 맺는 표시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이 이상한 끌림으로 인해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그동안 미처 발견 못 했던 새로운 점을 하나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끝냄과 시작이 공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마침표가 그저 끝맺는 점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기 전의 시작점이다’라는 생각까지 도달하니 참으로 신기했다.

그렇게 마침표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라고 인지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과정에서 왠지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살아오면서 어떤 일을 시작하고선 제대로 마무리 못 짓는 바람에 진행형으로 남아버린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도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을 돌아보면 필자에게는 내적이나 외적으로 정말 많은 변화가 있기도 했고 그동안 산재한 숙제들도 꽤 많이 정리되었던 한 해였다. 그렇게 많은 변화가 있다 보니 힘든 부분들이 정말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일을 이뤄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덕분에 연말 연초에 난생처음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동시에 완전히 방전되면서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이색적인 경험(?)을 겪으며 아주 매우 몹시 힘들었고, 다시 재충전하고 극복하는 과정도 사실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 모든 것이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미결된 것들이 계속 누적되면서 모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사실 필자도 예전에는 넓은 오지랖에다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고 여기저기 마구 참여하면서 참 많은 일을 하고 다녔음에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무한하다고 믿었던 에너지가 가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다 보니 이제 그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쉽고 소중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새롭게 알게 된 마침표의 새로운 매력(?) 덕분에 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제대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사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호기롭게 시작은 했었지만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렇게 미결된 채로 언젠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통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살아왔다는 것도 다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일을 구상하고, 추진하고, 가끔은 포기도 하면서 맞물려서 살아가고 있지만 늘 새로운 일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변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이것 먼저하고 나중에 해야지 하면서 미뤄두다가 결국 못하고 계속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미결된 일이 그렇게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미결된 일들은 격동하는 우리 삶의 바닷속을 표류하며 끊임없이 떠다니다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파도에 쓸려와서 그렇게 겹겹이 쌓여만 가는데 이러다가 우리도 언젠가 공룡처럼 화석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결국, 언제나 무슨 일을 하고 암만 좋다고 해도 어떤 식이라도 끝맺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일이 마무리되고 더 빛이 날 수가 있고 이것이 바로 자기 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새로운 일에 집중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기존의 일들이 어떤 식이든 마무리가 지어져야만이 오롯이 에너지를 집중하며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하므로 언제나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아가고 성찰하며, 새로운 희망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시작이라는 마침표를 찍으며….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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