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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인 아동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교육권 동등하게 적용해야” - “외국인 국민세금 지원 부당”

유치원만 학비 지원·어린이집 제외

기사입력 : 2023-03-09 08:02:29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균등하게 보육료 지원을 못 받는 것은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으로 동등하게 받아야 할 교육 권리를 못 받는 겁니다.”

올해부터 경남의 공·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외국인 아동(만 3~5세)에게 학비가 지원된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남에는 748명의 외국인 아동(만 0~5세)이 어린이집에 재학 중이다.

특히 외국인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어 사회적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외국인 아동도 보육료 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자 일부 네티즌들은 ‘자국민도 애 키우기 힘들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도 많다’는 등 반대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교육은 평등한 권리, 외국인에게도 적용해야= 경남교육청은 2023학년도부터 도내 공·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외국인 아동에게도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 외국인 등록이 완료된 아동은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5만원, 사립은 35만원을 지원받는다. 이전까지는 외국인 아동의 경우 유아 학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에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에서 어린이집이 빠지자 어린이집 관계자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홍정연 창원대학교 직장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아이들이 어렵게 적응한 어린이집에서 보육료 지원이 안 된다는 이유로 유치원으로 전학을 가고 있다”며 “아이들이 적응을 못 하는 경우도 있어서 낯선 환경이 정서적으로 힘이 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아동에 대한 어린이집 지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경기도에서 시작했다. 경남, 특히 창원과 김해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 그들의 자녀를 보육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어린이집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안 된다는 논리는 어린이집 당사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부모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학부모들은 자녀를 낯선 유치원으로 전학 보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몽골 출신 델게르마(30)씨는 한 달에 35만원 정도 학비가 들어간다. 자녀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 보육료 지원을 받기에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 수준이지만, 자녀가 낯선 환경에서 자라는 게 걱정돼 전학을 보내지 않았다. 델게르마씨는 “어린이집은 지원을 못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며 “아들이 어린이집 친구들과 친해서 유치원을 못 보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육료를 지원받는 유치원으로 전학이 이어지면서 운영난을 겪는 어린이집도 생겨나고 있다. 창원 성산구의 한 어린이집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외국인 아동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운영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외국인 학부모들 같은 경우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이 많다. 이런 상황인데 보육료 지원이 안 되니 유치원으로 전학을 보내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유치원으로 전학 가면서 아동 수가 줄어들어 어린이집 운영도 힘들어지고 있다. 또 정부의 선생님 인건비 지원도 못 받을 수 있어 앞으로 더 걱정이다. 이 같은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고 한탄했다.

◇외국인 자녀까지 국민 세금 지원은 안 돼= 경남도는 어린이집 외국인 지원 정책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예산 문제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0세부터 있어서 예산이 교육청보다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며 “또 외국인 아동 보육료를 지원하는 타 시도를 조사해보니 ‘왜 외국인에게까지 지원해주냐’는 민원이 많았다고 한다. 아직 관련 사회적 합의가 안 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완수 지사 또한 지난달 27일 개최된 도민회의에서 조미연 창원시 가정어린이집 연합회 회장이 외국인 아동에 대한 보육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국적으로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외국인 아동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2018년 경기도 안산을 시작으로 인천과 서울 구로구·영등포구, 충남 아산시·천안시, 대구, 광주 등이 어린이집 외국인 아동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입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입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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