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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학교폭력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재돈(김해문화원 이사)

기사입력 : 2023-03-13 19:36:21

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힘차게 돋아나고 매화 향기 그윽한 희망의 봄날이다.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의 심신을 몹시나 괴롭혔던 코로나 팬데믹도 종말을 고하면서 코로나 엔데믹을 맞이하고 있다. 개학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은 마스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은 설렘을 안고 새 학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신학기에는 새로운 학교 폭력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부모는 아이의 행동 변화에 대한 관찰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1.7%로서 2021년 1차 1.1%, 2019년 1차 1.6%에 비하여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실시했던 원격수업이 다시 대면수업으로 바뀌면서 한때 감소했던 학교 폭력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학교 폭력 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 폭력 가운데 언어폭력 비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언어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올바른 언어 습관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는 그의 아들이 고교 시절에 저질렀던 언어 폭력과 정 변호사 본인의 그릇된 처신으로 인하여 임명 철회라는 불명예와 함께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으며,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 황영웅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등의 의혹이 전해지면서 대중의 질타와 함께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또한,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애를 바쳐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로 인해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과거 학교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피해 학생에게 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해 청소년들의 성장과 생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피해 학생의 71.6%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응답하고 있다. 피해 학생 10명 중에서 4명은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모욕감이나 억울함, 증오 등으로 등교 거부와 가해 학생을 향한 복수심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물론 가해자인 본인의 장래도 망가지게 하는 독버섯 같은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 모두에게 심각한 후유증과 함께 평생의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 조치보다는 예방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은 당사자 간 화해가 안 되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려 사실 여부를 따져보고 정해진 법에 따라 가해자에게 처벌이 내려진다. 학교 측은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담임과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학생의 행동을 선도해야 할 선생님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올바른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학교 폭력 근절 대책 수립과 함께 교사들의 양심과 용기 있는 태도, 교사를 신뢰하고 협조하는 학부모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며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이재돈(김해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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