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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쁘다’는데 ‘어쩔티비’라고?- 배한봉(시인)

기사입력 : 2023-03-15 19:46:42

인기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가 “오늘 너무 예쁘다”라고 하자 여자 배우는 “어쩔티비”라고 답한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는 하지마. 중꺾마…”라고 읊조린다.

젊은이들의 대화에서 가끔 듣던 낯선 단어가 티브이 드라마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었다. 검색해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들의 난립으로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런 신조어, 또는 은어(隱語)는 유사 이래 무한 증식해왔다.

‘삼국유사’에는 진성여왕의 측근을 비판하는 은어가 등장한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 사이에는 암호로 은어가 사용됐다. 오늘날에는 ‘킹받는다’, ‘할많하않’ 같이 MZ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도 많고, 각 업계에서 그 구성원들만 알아들을 수 있게 통용되는 은어도 있다. 부동산 업계의 ‘돌려치기’나 아이티업계의 ‘오예스(아이폰5S)’ 같은 것이다.

은어든 지역방언이든 언어는 잘 사용하면 창의적으로 바뀐다. 그렇지 못하면 소통 불능의 외계어로 전락해 대중 확장성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이해관계나 세대에 상관없이 수시로 은어가 습격해 오니 언어를 상황에 맞춰 잘 사용하면 좋겠다는 사람이 요즘 많이 늘고 있다.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방책이거나 독립운동가들처럼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올바른 언어 사용으로 소통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일상에서 언어를 잘 활용하려는 사람은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사고를 많이 하면 좋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자기표현 능력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학문으로서 언어,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인문학적 사고는 창의적 언어 사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도서관 등의 공적 기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자주 열어야 하는 이유다.

소통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매번 미리 대본을 작성하고 달달 외워서 말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독서 후 한두 문장이라도 받아들여 내 관점으로 말할 수 있다면 성공적으로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한 것이다. 언어를 두루 알맞게 활용하는 것은 나의 품위와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다.

배한봉(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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