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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

“국민 체감하는 ‘큰 기술’ 개발해 대한민국 빛내겠다”

인류 이익·1000억원 가치 ‘큰기술’ 도전

기사입력 : 2023-03-15 20:54:23

창원의 전통 기계제조산업은 신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창원에 본원을 두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KERI·이하 전기연)이 과학기술 역량을 활용해 지역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 노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기연은 창원강소연구개발특구의 기술핵심기관으로 창원 전통제조산업과 기술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 두 달을 맞은 제15대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은 ‘큰 기술’ 개발을 선언하고 초대형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을 만나 ‘큰 기술’ 개발 전략과 지역 경제 발전 노력과 관련해 들어봤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이 ‘큰 기술’ 개발 전략과 지역 경제 발전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이 ‘큰 기술’ 개발 전략과 지역 경제 발전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취임 두 달이 됐다. 소회는?

△1990년 20대의 나이로 전기연구원에 입사해 올해로 벌써 34년 차를 맞았다. 저의 고향과도 같은 전기연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대단히 영광이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취임 이후 지자체, 유관기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상호 협업 방안을 모색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전기연에 바라는 역할과 기대치가 대단히 크다.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3년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저를 앞세우기보다는 전기연 직원이 빛나고, 전기연을 앞세우기보다는 대한민국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전기연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전기연은 1976년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및 전력기기 △전기추진 및 산업응용(전동기, 로봇, AI 등) 기술 △나노신소재 및 배터리 △전력반도체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 국가 기본 인프라부터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기 분야 연구개발(R&D)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이기도 하다. ‘전기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때 ‘큰 기술’ 개발 도전을 선언했는데.

△전기연은 2022년 연구비 투자대비 기술료 수입이 5%를 넘어섰다. 이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재단의 연구생산성에 필적할 만한 것으로서 전기연 기술이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을 목표로 도전에 나설 때이다. ‘큰 기술’은 국민 혹은 인류에게 크나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거나 산업적으로 임팩트가 매우 커서 100억~1000억원대까지의 기술료 수입이 가능한 기술이다. 초대형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임기 내에 ‘전기연 큰 기술’에 도전할 수 있는 몇 개의 팀을 발족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기본사업 운영 제도, 성과보상 제도, 성과평가 제도를 다시 살펴 보겠다. 전기전자 분야 소재부품 제조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기술이 큰 기술 후보 중 하나이다.

-전력 반도체 기술 발전의 산증인이라고 들었다.

△30여년 넘게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에 힘썼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가전기기를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에 꼭 필요하다. 노력 끝에 전기연은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국산화를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성공했다. 또 반도체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금이 반도체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시기라고 본다.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돼 있어 대한민국 전력반도체 발전에 자신이 있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이 ‘큰 기술’ 개발 전략과 지역 경제 발전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이 ‘큰 기술’ 개발 전략과 지역 경제 발전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 강소연구개발특구 발전 가능성은?

△연구, 개발은 눈덩이 굴러가는 듯한 특성을 갖고 있다. 진행될수록 더 커지고 넓어지기 마련이다. 창원 강소특구가 지역 경쟁력을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는 거점이라고 생각한다.

창원 강소특구는 지난해까지 총사업비 147억6000만원을 투입돼 ‘지능전기 기반 기계융합’과 관련한 기술 발굴 및 기술이전 사업화, 강소형 기술창업 특화 성장 지원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의 성과는 기술이전 실적 55건(51억원),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출자를 통해 설립된 연구소기업 20개사, 특화분야로 창업한 기업 33개다.

그 외 기업지원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도 있는데, 우수 모델로 전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는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제품개발 단계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해주는 기업지원 사업이다. 지금까지 약 270억원 규모의 제품개발과 생산기간 단축 효과를 내며 기업들의 기회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해왔다.

-직류 송전 시험 인프라가 경남에 선다는데.

△초고압직류송전(HVDC)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크지만 해당 전력기기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전문 인프라가 국내에 없었다. 특히 직류 송전은 해저케이블에 주로 사용되는데 세계 각지 도서지역 전력망 연결, 도심 지하 송전, 해상 풍력발전 등이 많아지며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최초로 전기연과 경남도, 창원시는 초고압직류송전 분야 전력기기 시험·인증 초대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따르면 이번 시험인프라의 구축 및 향후 30년간 운영에 따른 종합적인 효과는 생산 유발액 1079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538억원이다. 전기연은 이 시험인프라가 완공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제품 개발을 신속하게 지원해 기술력과 수출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전기연의 발전 전략은?

△경영목표를 크게 3가지로 설정했다. 첫 번째는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원’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략적 사고로 기술을 뛰어넘어 신산업을 창출하고, 전기·전력 분야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 기관으로서의 위상과 리더십을 갖춰 나가겠다.

두 번째는 ‘기업이 찾아오는 연구원’이다. 전기연은 국가 전략기술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가 핵심기술의 초격차 확보를 위한 핵심 거점이 돼야 한다. 기술 개발 늪지대를 앞장서서 돌파하여 상용화까지 이끄는 전위대 역할을 하겠다.

세 번째는 ‘국민과 함께하는 연구원’이다.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또 개발할 기술을 통해 국가의 에너지 안보, 국민 에너지 복지 향상에 기여하겠다. 새로운 전기 기술에 바탕을 둔 국가 에너지 정책 및 전력 기술 개발로 국민들에게 전기화 세상의 혜택을 누리게 해 드리는 것이 목표다. 또한 전기기술 기반의 난치병 조기 발견 및 치료 장비 개발 등으로 국민 건강과 행복 지수를 높임으로써 KERI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겠다.

☞ 김남균 원장은

1984년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1986년) 및 박사(1990년)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전기연 입사 이후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 HVDC연구본부장, 연구부원장과 원장 직무대행을 차례로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부회장 및 탄화규소(SiC) 연구회 회장, 한국세라믹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 내역으로는 과학기술훈장 도약장(2018년),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자랑스러운 전기전자재료인상 수상(2022년) 등이 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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