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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불타는 심장의 별- 배한봉(시인)

기사입력 : 2023-03-22 19:40:08

교양수업 시간에 시 한 편을 놓고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더러 재미있는 질문을 받는다.

‘교수님. 취업에 도움도 안 되고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하겠는데 문학은 왜 필요한가요?’

이들은 고등학생 때 입시를 위해 ‘필요’하고, 좋은 점수를 위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며 공부를 해왔고,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강의가 필요와 학점으로 연결된다.

필요성만 따진다면, 문학을 몰라도 세상 사는 데 지장 없다. 기타를 배워서 칠 줄 아는 사람은 여행이나 휴가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그 솜씨를 활용해서 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타에 관심 없이 살아간다. 그래도 문제없다. 문학도, 영어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는 파파고로 번역하면 되고, 수학 문제는 계산기를 이용하면 해결된다. 버튼만 누르면 웬만한 일은 다 처리되는 시대에 굳이 학문이나 예술을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

필요만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낮은 학점을 받으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외적 요인에 휘둘린다는 말이다. 학점과 상관없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에 기뻐하는 학생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요인을 찾아낸 경우이다. 게임도 처음에는 어렵다. 오랜 시간 연습해야 실력자가 된다. 문학도 그렇다. 자신의 심장을 펄펄 끓게 하는 내적 요인을 스스로 찾거나 만들어야 의미가 생긴다. 그래서 문학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학생에게 이런 대답을 해주곤 한다.

‘그래, 나도 예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문학 공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문학은 알면 알수록 요상한 재미가 있더라. 그래서 꼭 너와 함께 새로운 문학의 재미를 나누고 싶어!’

문학은 모든 생각의 모태다. 작가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받아들여 타자와 대화하면서 공감하고 생각의 영토를 넓히는 방식이 문학 공부다. 학생이든 사회인이든 목마르면 물을 마신다는 생각으로 문학과 만나면 좋겠다. 문학을 통해 내가 사는 세계와 그 세계를 둘러싼 바깥 세계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 불타는 심장에 별이 뜬 것이다. 그 별의 주인공은 바로 ‘나’이다.

배한봉(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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