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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 개인정보 보호 어디까지

경찰 “수사 자료 협조해야” - 교육청 “학생 정보 제공 민감”

도내 고교 신입생 집단폭행 관련

기사입력 : 2023-04-05 21:13:25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신입생을 집단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의 자료 요청에 학교 측이 관련 법률에 따라 정보 제공에 난색을 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이 학교 측에 가해자에 대한 자체 조사자료를 요청했지만,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 비밀누설 금지 조항에 따라 학생의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있어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는 협조가 필요하다는 경찰과 수사기관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제공할 수는 없다는 교육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학교폭력 /출처 : iclickart/
학교폭력 /출처 : iclickart/

◇경찰 “신속한 수사 필요…학교 비협조 답답”= 경찰은 학교폭력 사건 발생 시 신속한 진상 파악과 초기 수사를 위해 해당 학교에 자료 제출을 요구,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아 초기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기관의 수사 이전에 학교 자체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자체적으로 진술서를 확보하는 등 초기 조사를 했기 때문에 수사 협조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고등학교 집단폭행 사건의 경우, 산청경찰서가 학교 측에 가해자 인적 사항을 비롯한 학교 자체 조사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개인정보를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시 단위 지역보다 수사 인력이 부족한 3급지 경찰서 입장에서 신속한 수사를 위해 학교 자체 조사자료가 필요했으나 임의제출을 받지 못하면서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측을 대상으로 강제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까지 했으나 임의수사를 한 뒤에도 필요하면 신청하라는 검찰 판단에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경남경찰청의 한 간부 경찰은 지난 4일 통화에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자료 제출을 꺼리는 학교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무엇보다 초기 수사가 중요한데, 신고 접수가 돼 처리는 해야 하고 신고 의무가 있는 학교가 신고하고서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데다가 강제 수사도 막히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남교육청 “명확한 근거·범위 검토 필요”= 경남교육청은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대해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관련 정보를 요청하거나 업무 협조를 구하면 사안에 따라 응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에 대해 “수사 목적의 중대성, 개인정보가 필요한 정도, 수사 내용과 정보 주체 등 전혀 정보가 없었다”며 “정식 공문으로 어느 수준의 자료를 얼마만큼 달라는 것인지 등 제공 받고자 하는 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의 경우 이 규정이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 등을 잠탈(규제나 조건 또는 법령을 교묘하게 어기는 것)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규정만으로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다”며 “경찰이 요구한다고 해서 모든 자료를 줬을 때 그 이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학폭법에 명시된 비밀누설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개인정보가 많기 때문에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지만, 추가 누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점을 비춰볼 때 교육청 또한 소극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찰이 구체적으로 자료가 필요한 이유 등 불가피성을 잘 정리해 협조 요청을 해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건에 대해서는 “경찰의 요청 자료가 포괄적이다 보니 학교는 개인정보를 덜 침해하는 꼭 필요한 자료만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하다 보니 수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시간상 늦어진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남경찰-경남교육청 유기적 협조 체계 마련하나= 경남교육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찰 관계자 등과 만나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업무 협조에 대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경남교육청은 경남경찰청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송호찬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이번 건에 대해서는 서로 업무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남경찰청과 교육청 관계자가 만나 관련 절차 및 기준에 대해 방안을 찾아보고, 보다 신속한 업무의 처리를 위해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민영·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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