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66) 남해 이동면 장평저수지

꽃바람 불어오니 오늘은 놀다 옵시다

기사입력 : 2023-04-07 08:12:46

소풍 가기 좋은 날- 김우태


사랑하는 이여.

우리 소풍 한 번 다녀옵시다.

은물결 반짝이는 작은 호숫가

꽃그늘 아래 누워

흘러가는 구름이나 온종일 구경하다 옵시다.


나중에 가자고, 그리 말하지 마오.

우리 생애 소풍만 한 선물 어디 있겠소.

젊으면 젊은대로

늙으면 늙은대로

때 놓치면 다시 가기 어려운 것을.


사랑하는 이여. 그러니

이번엔 꼬옥 다녀옵시다.

꽃바람 불어오는 남해 바닷가

그대와 팔베개 하고 누워

몽돌밭 파도소리나 실컷 듣다 옵시다.


함께 넘었던 숱한 아리랑고개

지나고 보니 뒷동산처럼 정겹지 않던가요.

속 끓어 문드러진 사연들일랑

구름에 파도에 죄다 실어 보내고

오늘은 눈 딱 감고 맘껏 놀다 옵시다.


살아갈수록 미안코 더 간절해지는 이여.

햇살이 부챗살처럼 손에 가득 잡히는 봄날 아침

오늘은 소풍 가기 참 좋은 날!

나는 그 사이 도시락을 몇 번씩 꺼내 보는

어린애가 되고마는구려.


☞ 소풍! 생각만 해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환하게 밝아오는 말이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뚫고 봄과 함께 소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올해는 어디로 소풍을 떠나볼까. 아직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면 수령이 100년은 족히 된 아름드리 왕벚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남해군 이동면 장평저수지를 권하고 싶다. 3말4초 이즈음이면 언덕 위에 구름띠를 두른 듯 너울너울 만개한 벚나무가 장관을 연출한다.

해뜰 무렵 아담하고 고요한 저수지에 비치는 벚나무 숲의 자태는 얼마나 신비로움을 자아내던가. 달력에도,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내 고향 남해의 보물숲이자 소풍 명소 장평저수지. 국도 19호선 확장공사로 몇 년간 접근이 어려웠는데, 올해는 주변에 튤립과 유채밭을 가꾸어 관광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인근에 탈공연예술촌, 보물섬식물원, 다정리 지석묘, 마늘연구소,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출장소가 있어 볼거리도 쏠쏠하다. 소풍은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한 때이다. 미루지 말고 갈 수 있을 때 가자!

시·글= 김우태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