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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68) 창녕 우포늪

왜가리, 쇠물닭, 따오기 같은 눈매 깊은 저 그늘

기사입력 : 2023-05-02 08:10:08

우포늪 왕버들


왜가리 왜가리 하면 왜가리 같고

쇠물닭 쇠물닭 하면 쇠물닭 같고

따오기 따오기 하면 따오기 같은


구름의 형상은 제멋대로여서

내가 그리고 싶은 모양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서있는 자리가 산등성이가 되었다가

때로는 내가 서있는 자리가 대로변의 가로수가 되었다가


물이 차면 가슴께까지 담그고 논고동을 잡다가

물이 빠지면 물가의 강태공이 되어 낚싯대를 들다가


봄, 봄 하면 새순이 돋고

여름, 여름 하면 휘영청 늘어지다가


때로는 철없는 어린아이

때로는 다 늙어빠진 노인장


왜가리 왜가리 하면 왜가리 같고

쇠물닭 쇠물닭 하면 쇠물닭 같고

따오기 따오기 하면 따오기 같은


눈매 깊은 저 그늘.


☞ 우리는 자라면서 우포늪을 ‘소벌’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했다. 논고동을 잡으러 가기도 했고 낚시를 하러 가기도 했다. 그래서 누구나가 한 가지씩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그 우포늪은 1억4000만년의 기억을 품고 있다. 한반도의 생성 시기와 맞닿아 있다. 국내 최대 습지인 우포늪은 낙동강의 허파로서 장마철에는 낙동강의 물을 받아주고 갈수기에는 낙동강에 물길을 열어준다. 70만평의 추억 그 언저리에 왕버들이 서 있다.

우포늪에는 또 ‘마름’이라는 수초가 있는데 그 뿌리를 우리는 ‘물밤’이라며 따다 삶아 먹곤 했다. ‘마름’의 생김새가 꼭 ‘마름쇠’처럼 생겼는데 우리는 이를 별모양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별 같기도 했다. 우포늪 그곳에 또 다른 명물이 생겼는데 바로 ‘따오기’ 복원센터이다. 그래서 우포늪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둘러보는 명소가 되었다.

시·글= 성선경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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