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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밀양 영남루 국보 승격 가치 충분 - 고비룡 (밀양창녕본부장)

기사입력 : 2023-05-14 20:39:06

밀양시가 우리나라 3대 누각의 하나인 영남루 국보 승격 재도전에 나섰다. 시는 영남루의 문화적,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국보 승격 조건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해 5월 문화재청에 국보 승격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문화재청 및 문화재위원의 영남루 국보 지정가치 조사를 위한 현지실사를 마쳤으며, 앞으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의 심의를 거쳐 영남루의 국보 승격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시는 2014년 국보 승격을 신청했으나 심의 부결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2017년 영남루 국보 승격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자문회의 등을 개최한 뒤 국보 승격을 신청했다. 하지만 영남루의 가치 재조명을 위한 문헌·자료 추가 조사를 위해 국보 신청을 회수한 바 있다. 이제 영남루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국보 승격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금의 영남루 자리에는 신라 때 세운 영남사라는 절이 있었고, 이 절의 종각으로 금벽루(金壁樓)라는 작은 누각이 있었다. 고려 시기에 사찰인 영남사가 폐사된 후 누각(영남루 전신)만 남아 있었던 것을 1365년(공민왕 14) 누각을 중창하고 영남사의 이름을 따서 영남루라 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1460년(세조 6)에 중수하면서 누각 규모를 키웠고, 선조 때 소실된 것을 1637년(인조 15)에 재건했다. 마지막으로 1842년(헌종 8)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1843~44년(헌종 10)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폭이 넓은 밀양강을 옆에 낀 절벽 위에서 남향하고 있는 영남루는 조선 후기에 밀양도호부 객사의 부속 누각으로 당시 수많은 시인 묵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영남루는 고려 말인 1365년 밀양에 지군사(知郡事)로 내려온 김주에 의해 관영 누각으로 중창된 이후 650여년 동안 건축형식을 단절 없이 계승 발전시켜 온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목조 누각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누각 건축연구의 귀중한 자료이자 문화유산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다.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물어 국보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 크고 웅장한 외관과 함께 중앙에 규모가 큰 누각인 대루를 두고 그 좌우에 능파각, 여수각, 침류각을 배치해 타 누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뚜렷한 특징을 지닌 독특한 형태로 건축미가 빼어나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밀양은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아리랑의 본고장이며, 작은 길모퉁이에도 찬란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보석 같은 지역이다. 그 중심에 우뚝 선 영남루는 오랜 세월 함께한 밀양시민의 자존심이며 희망으로 국보 승격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제는 영남루가 그 가치에 맞는 격을 찾아야 할 때다.

고비룡 기자 gob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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