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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

“수의학은 ‘사회안전망’… 수의사에 방역·진료 책임 부여해야”

기사입력 : 2023-05-18 08:10:01

직선제 연임… 오는 2026년 2월까지 임기

1990년대 개정 수의사법 전면 수정 요구

지자체 등 방문해 수의사회 발전 등 제안


최근 한우농가서 4년 만에 구제역 발생

자체 방역 농가·정부 대책 지적 나오지만

수의사 책임 빠져… 동물 진료권 돌려줘야


지난 10일 충북 청주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인근 농가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서는 4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경남도 구제역 차단을 위한 비상조치에 돌입했다.

항체형성률 법적 기준을 미달한 농가와 허술한 대책에 그친 정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수의사’의 책임은 빠져 있다. 동물 전염병 예방과 진료의 역할을 하면서도 온전한 책임은 부여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학은 동물 관련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학문이면서 인간에 영향을 주는 가축발 전염병이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항생제 오남용·처리 문제까지 다룬다. 동물에서 시작해 결국 인간으로 향하는 수의학을 ‘사회안전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 재선 임기를 시작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을 만났다. 허 회장은 이 ‘사회안전망’을 더 견고하게 하려면 수의사에 방역을 포함한 동물 진료의 온전한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동물 전염병 방역 문제와 수의사의 처우 개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대한수의사회/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동물 전염병 방역 문제와 수의사의 처우 개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대한수의사회/

-지난 2020년 첫 직선제로 당선 된후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수의사회는 1948년 창립됐고 이후 수의사법 23조에 근거해 수의사 면허를 받은 모든 이가 회원이 되는 의무 설립 사단법인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 2만2000여명의 수의사 면허자가 있고 이 중 1만4000명이 현업에 종사 중이다.

그간 간선제로 이어져 오다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직선제로 전환됐다. 요즘 사회단체들이 하나 같이 NGO 역할을 하다보니 수의사회와 비슷한 단체들이 대부분 직선제로 전환된 추세가 반영됐다.

지난 1월 두 번째 직선제로 연임하면서 오는 2026년 2월까지인 임기가 시작됐다. 앞으로 이전 선거제도가 정착되면 수의사회 발전에 더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국내 수의사계 환경 중에서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동물 전염병 예방이나 진료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가축 50두 이상 농가는 자체적으로 가축에 주사를 놓거나 치료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 역시 자가접종을 한 농가로 상황에 따라 방역이 100% 발현되지 못할 수 있다. 또 수의사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아 방역·검역 관련 공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수당이 적은 데다 단독으로 근무하는 형태니 승진도 어렵다. 과거에는 농림축산식품부나 검역본부에 서로 지원했는데 이제는 서로 안 가려고 하는 상황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대한수의사회/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대한수의사회/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나?

△수의권, 요즘 말로는 ‘동물 진료권’을 온전히 수의사에게 돌려줘야 한다. 현재 일부 정부나 농장주가 가지고 있는 방역의 책임을 임상수의사에게 온전히 부여해야 한다. 임상수의사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소규모 농가만 접종하는데 대규모 농가에도 축산발전기금이나 각 지자체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동물 방역·검역과 관련된 정부 기관에 수의사 등을 배치하는 등 전문성을 갖출 필요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완전히 개방된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나라에서 여러 사람이 오간다. 이를 고려해 인천공항, 김해공항 검역소 등 적재적소에 수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재난형 가축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질병 관련 전문수의사를 양성해서 질병 발생 이전에 대응하거나 거점병원을 세워 질병에 집중 대응하는 등 방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고민도 필요하다.


방역·검역 관련 정부기관 전문성 갖추고

재난형 가축 질병 대응 전문 수의사 양성

거점병원 건립 등 방역 새 패러다임 필요


경남도 동물복지 업무 총괄 부서 신설

동물위생시험소 3급기관 상향 등 건의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에도 최선


-전면 개정 수준의 수의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현재의 수의사법은 ‘축산의 시대’에 만들어진 법이다. 당시는 축산도 소규모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축산도 대규모이고 동물의료도 세분화돼 있다. 대학 때 책에서만 배웠던 동물 관련 전염병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되고 있다. 환경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1990년대에 개정된 내용으로, 당시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 진료를 못한다는 법 조항에 하위법령으로 자신이 키우는 동물은 직접 치료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달린 것이다. 이후 겨우 반려동물은 제외하는, 수의사의 처방전을 조건으로 하는 항목을 추가했으나 이 예외항목을 삭제해 수의사에 동물진료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수의사법이 이런 식으로 시급한 내용을 조금씩 일부분 수정하다 보니 결국 누더기 법안이 됐다. 또 수의사법이 있는 상태에서 동물보호법은 별도로 존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물 의료에 관한 법률을 따로 만드는 형태가 맞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대한수의사회/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유기견이나 동물학대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데.

△유기견 문제 등은 좀 다르게, 교육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려동물 보호자에 대한 교육, 또는 초등학교 때부터 ‘동물 보호’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필요성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있지만 누구도 정규교육 과정 안에서 ‘동물’ 또는 ‘동물 보호’를 배우지는 않는다.

반려동물이 크게 늘면서 수의사들의 환경도 급격하게 달라졌다. 과거에 수의사들의 대상은 농장주였지만 현재는 반려동물의 보호자다. 보호자들의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은 아이와 같다. 그렇다 보니 진료 과정에서 수의사에 대한 폭력이나 폭언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의료법과 달리 수의사법에는 수의사를 보호하는 항목이 없다. 법 개정 과정에서 수의사를 보호하는 법을 담는 한편 수의사들 내부적으로도 반려동물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보호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 등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에는 박완수 경남지사를 만나 동물위생시험소 3급 기관 상향과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 동물복지과 신설 등을 건의했다.

△광역시·도나 기초지차제 등을 방문하며 수의사들 처우가 개선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당시 박완수 경남지사에 얘기했던 부분은, 동물위생시험소가 3급까지 올라가게 되면 그 아래 조직이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방역에 대한 부분도 전체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의 건의였다. 이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나와 희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실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도 더 지난 내용이다.

경남의 경우 동물복지와 관련된 업무가 잘 진행되고 있는 편이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부서를 신설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고 건의했다.

☞ 허주형 회장은

1966년 사천 출신으로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사 및 석사·박사를 취득했다. 인천광역시수의사회 회장,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부회장,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재선 대한수의사회 회장으로 한국반려동물산업관련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함께 맡고 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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