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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거북선’이라지만 폐기처분 안타까워 경매 참여”

낙찰자의 ‘입찰 사연’ 들어보니

기사입력 : 2023-05-22 20:45:25

“충무공 탄생일 1545년 3월 8일 맞춰
입찰가격 154만5380원 써내”
100t 넘는 거북선 운반 방법 관심
옮기려면 경비 1억원 이상 소요
“이송 방법·전시 계획 상의해 결정”


“임진왜란 당시의 원형으로 복원된 거북선이 폐기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거제 거북선 낙찰자 A씨는 충무공 이순신의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춰 154만 5380원의 입찰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22일 본지에 밝혔다.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952년 거북선’. 부식으로 선체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경남신문 DB/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된 ‘1952년 거북선’. 부식으로 선체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경남신문 DB/

A씨는 “이달 초순경 거제시가 거북선을 공매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거북선이 우리 민족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세계 2~3위 조선소를 보유한 도시 거제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거제 거북선은 지난 16일 8번째 매각 입찰에서 154만5380원을 써 낸 A씨에게 낙찰됐다. 당시 2명이 참가한 입찰에서 차순위 입찰가는 10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근 입찰 보증금 10%를 거제시에 입금했으며, 일운면 조선해양문화회관을 찾아 거북선의 보존상태를 점검했다. 오는 26일(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까지 잔금을 치르고 거제시와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면 거북선은 A씨 소유가 된다. A씨는 계약서 작성 후 한 달 이내에 거북선을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무게만 100t이 넘는 거북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거제시는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에 이르는 거북선을 옮겨가기 위해서는 해체 후 이송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1억원 이상의 경비가 들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씨가 거북선을 가져가지 않으면 매매계약은 해지되고 거제시는 입찰 납입금 반환 없이 거북선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관련, A씨는 지인들과 거북선 이송 방법과 전시 계획을 상의한 후 옮겨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 거북선의 공식 명칭은 ‘임진란 거북선 1호’다. 2010년 김태호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작한 이 거북선은 사료 고증을 토대로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져 ‘1592년 거북선’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썼다는 홍보와 달리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짝퉁 거북선’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일로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가 2012년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당시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도민 앞에서 사과했다.

이후 거제시가 거북선을 인수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초 시는 이 거북선을 지세포항 앞바다에 띄워놓고 승선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으로 옮겨야 했다. 육지로 올라 온 이후에도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계속돼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1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더욱이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거북선 선미(꼬리)가 파손되면서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폐기처분 의견이 나왔다. 시는 폐기에 앞서 지난 2월 예정가 1억1750만원을 시작으로 매각에 들어갔으나 앞선 7번의 입찰은 참여자가 없어 무산되고 8번째 입찰에서 154만원을 써낸 A씨가 낙찰받았다.

A씨는 “거제 거북선은 비록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했지만 현존하는 거북선 중 유일하게 고증을 통해 원형을 복원한 거북선”이라며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폐기처분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경매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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