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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기 2567년,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퍼지길

기사입력 : 2023-05-25 19:16:17

내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전국에서 부처님의 탄신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우리 불교 역사는 1700년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불교는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호국 불교’로 자리매김했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승려들이 앞장서서 몸 던져 왔다. 전쟁과 질병의 창궐로 민초의 삶이 피폐해지자 백성들을 돌보기 위해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하며 ‘자비 불교’로 대중 속에 각인돼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 불교는 상생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불교 문화가 배어 있고, ‘보시’를 통해 부족한 가운데서도 서로 나눠주고 양보하는 미덕을 실천하며 살아온 민족이라 밝히고 있다.

‘보시’는 불교의 실천수행 방법의 하나인데, 베풀어 주는 일을 말한다. 불교의 보시는 중생의 구제를 목표로 하는 이타정신(利他精神)의 극치라 정리된다. 이러한 이타정신은 진우 스님이 밝힌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불교 문화와 맥이 통한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자리이타는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 남에게도 이로운 일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자리와 이타는 ‘나는 나밖에 모르고, 너는 너밖에 모르고’라는 평행선 등식이 아닌, 나와 너는 일심동체라는 믿음의 동행선 등식으로 귀결돼 확산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보시 중에는 몸보시, 물질보시가 있다고 말한다. 몸보시는 몸으로 하는 봉사, 물질보시는 금품으로 하는 봉사일 게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몸보시, 물질보시를 동시에 실천해온 한 인물이 떠오른다. 지난달 28일 유명을 달리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신예식장 고(故) 백낙삼 대표. 백 대표는 부인 최필순 여사와 함께 1967년부터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들을 위해 기념사진 촬영비만 받고 무료로 결혼식을 해줬다. 지난 55년 동안 1만4000쌍의 부부에게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보시를 해왔다. 백 대표의 아들 백남문씨도 아버지 뜻을 이어받아 무료예식장을 운영하겠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부처님의 자비 실천이 더욱 절실한 시점에 고 백낙삼 대표와 같은 선행 가족이 더 많이 나와 온 누리에 보시의 향기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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