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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남도의회 주먹구구식 조례안 공동발의, 사실인가

기사입력 : 2023-05-30 19:19:48

지방자치법상 조례 발의는 자치단체 집행기관과 지방의회 의원만 할 수 있다. 경남도의회 조례 발의에는 의원 10명 이상의 연서를 받아야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이 조건 때문에 의원들이 조례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할 경우,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공동발의를 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7일 도의회에서 영상회의록 삭제·편집으로 논란이 됐던 ‘경남도교육청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은 공동발의의 문제를 노출시킨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이 조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이 조례 내용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추후 발언 삭제를 요청하는 촌극이 발생해서다.

논란이 된 조례안은 이영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허용복 의원 등 6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례안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공동발의에 서명하고, 조례 심사 과정에서 한 발언을 임의 삭제해 ‘의원 발언 취지 수정 불가’ 규칙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도의회는 완성된 회의록을 수정한 것은 아니라 하지만 도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영상회의록 일부를 삭제한 것은 분명하다. 도의회 상임위 영상회의록 삭제·편집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사례는 그동안 도의회 조례와 의안 공동발의가 너무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동발의자는 대표발의자와 함께 조례안을 숙지하여 의결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의원들이 ‘실적 쌓기’와 의원 간 친분 등으로 공동발의를 남발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도의회에서는 조례 공동발의 남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의원의 권한과 책임을 생각하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에 따라 자치 사무의 방향과 소요 예산이 결정된다. 지방의원이 주민 권리 확대 및 복지를 위한 조례안을 발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는 만큼 공동발의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의원들이 이해관계에 얽혀 조례를 품앗이하듯이 공동발의하면 그 폐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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