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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원 출몰 야생너구리 ‘공격 주의’

창원지역 곳곳서 나타나 시민 불안

피부감염 등 위험도… 접촉 피해야

기사입력 : 2023-05-31 20:30:00

“공원 주변에 너구리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불안해서 산책하기가 겁이 납니다.”

31일 오전 9시께 찾은 창원시 성산구 웅남초등학교 앞 펜스에는 ‘너구리 출현 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학교 앞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마을주민 임경자(79·여)씨는 최근 현수막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불안해서 야간에는 산책을 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임씨는 “평소 손자와 함께 밤에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너구리가 나타난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손자가 다칠까봐 밤에는 산책을 안 한다”며 “너구리가 야생동물이라 사람한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동물 협회나 시에서 너구리를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공원에서 포착된 야생너구리./독자 제공/
창원시 성산구 반림공원에서 포착된 야생너구리./독자 제공/

최근 도심 곳곳에서 야생너구리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야생너구리는 공격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끼를 낳고,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5~10월에 사이에는 예민해진 탓에 공격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생너구리와 접촉 시 피부질환 및 광견병 등에 감염될 수 있어, 최대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

전문가는 너구리가 도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생태계 지대 변화와 먹이 수급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도범 야생생물관리협회 부산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산이 밀림화되면서 식물이 열매를 맺기가 힘들어진다. 자연스레 열매를 먹고사는 곤충들이 도심으로 내려가고, 곤충을 잡아먹는 개구리, 들쥐, 뱀 그리고 이것을 먹이로 하는 너구리도 도심으로 내려오는 연쇄이동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 외에도 길고양이 먹이와 음식물쓰레기 등 도심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남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구조된 야생너구리는 2020년 39마리에서 2021년 26마리로 줄었다가, 2022년 33마리로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너구리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포획이나 사살하는 것은 불법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구조된 너구리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다시 야생으로 방사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야생너구리의 도심 출몰을 막을 방법은 없다.

창원시는 너구리의 잦은 출몰로 민원이 잇따르자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현 기자 kimgij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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