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김진호(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3-06-06 19:30:55

2004년 영국문화원이 설립 70주년을 맞아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70개’의 순위를 발표했다.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위는 ‘어머니’였다. ‘열정’, ‘미소’, ‘사랑’ 등이 그 뒤를 이었지만 거기에 ‘아버지’는 없었다. 1인 가구와 가족 해체의 증가로 아버지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을 읽을 수 있는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주최로 창원의창 하나님의 교회 특설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이다.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은 2019년 2월 서울시 관악구에서 첫 개관한 이후 부산, 대전, 광주 등에서 열렸고, 15만 관람객이 다녀갔다. 창원에서는 지난 4월 13일부터 선을 보였으며, 오는 10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 전시회에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전시회”, “모든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 “평범한 우리 아버지의 특별했던 삶의 기록들” 등 찬사가 쏟아졌다.

▼총 5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180여 점의 글과 사진, 소품 등으로 채워졌다. 각 관의 테마는 아버지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간결한 일상어로 꾸며졌는데 1관은 “아버지 왔다”, 2관은 “나는 됐다”, 3관은 “…”, 4관은 “아비란 그런 거지” , 5관은 “잃은 자를 찾아 왔노라”이다. 나태주, 하청호 등 기성문인 및 일반 문학 동호인의 글과 주관사인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한 독자들이 제공한 글과 사진도 만나볼 수 있다.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 사진이나 열사의 나라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사진을 볼 때는 9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외항선 갑판장으로 퇴직한 뒤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근면성실한 분이셨다. 물러설 곳 없는 ‘생존의 전장’에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전진해 온 사람이 바로 아버지이다. “아버지, 저 보고 계시죠, 하늘에서.” 전시회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김진호(정치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