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콩나물 교실- 이상권(서울본부장)

기사입력 : 2024-02-12 19:34:52

이제는 생경한 ‘콩나물 교실’이란 말이 있다. 1970년대만 해도 60여명의 학생이 좁은 교실에 빼곡하게 앉은 모습은 일상이었다. 이를 시루속 콩나물에 빗댔다. 그마저도 교실이 부족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눴다. 형제 자매 3~4명이 한 학교에 다니는 건 다반사였다. 운동장은 아이들로 늘 북새통이었다. 당시 신생아는 연 100만명에 육박했다. 정부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을 장려했다.

▼한데 이제는 출산율 감소로 시골 초등학교는 문을 닫는 게 예사라니 격세지감이다. 전국 초등학교 5곳 중 1곳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다. 초·중·고 10곳 중 2곳은 입학생이 ‘0명’이다. 올해 경남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25곳이다. 2020년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시작됐다. 국가 소멸 위기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전국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경남은 0.8명이다. 부부 한 쌍이 한 명의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다. 경남을 떠나는 인구가 계속 늘고 이 중 20대 청년 유출은 타지역보다 압도적이다. 아이는 낳지 않고 젊은 인구는 수도권으로 향한다. 도내 18개 시군 중 5곳이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고, 8곳은 소멸 고위험 시군에 진입했다.

▼설 명절이라도 아이들로 왁자지껄한 시골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나라로 가고 있다. ‘한국이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저출생 극복 공약을 내놓고 있다. 황당무계하다고 비웃던 과거 일부 대선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장기적이고 거시적 안목에 근거한 지역 중심의 대책이 시급하다. ‘콩나물 교실’이 대한민국 지향점이 될 줄 상상이나 했던가.

이상권(서울본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권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