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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 20여년 간병하다 살인한 친모… 법원 선처로 집유

오랜 간병에 가족·단체 선처 호소

재판부 “피해자 부재 등 고통 고려”

기사입력 : 2024-05-15 20:26:54

선천적 장애가 있는 아들을 20여년간 보살피다 자신이 암에 걸리자, 살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50대 모친이 주변의 선처 탄원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김인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창원지방법원./경남신문 DB/
창원지방법원./경남신문 DB/

A씨는 지난 1월 25일 오전 김해 소재 집에서 남편과 첫째 아들이 밖으로 나간 뒤, 장애가 있던 둘째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숨지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1990년대 출산한 둘째 아들이 선천적으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지적장애인으로 뇌병변을 함께 앓고 있어 누군가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에서 간병에 전념하는 삶을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자신이 2022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아들을 수용해 간병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판단, 함께 생을 마감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오랜 간병을 해오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래층과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다 극도로 예민해지면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A씨 가족과 지인, 장애인 관련 단체와 환우 부모 등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 전체보다 무겁고 소중하다. 이는 남녀노소와 건강 상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는다”며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 범죄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피고인의 그동안 헌신과 노력, 고통과 고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지만, 피고인은 그 누구보다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과 그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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