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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경남 '도시 공공미술'의 현재와 미래

죽어가는 도시 되살리는 ‘마술 같은 미술’

기사입력 : 2011-06-20 01:00:00


도시는 숨 쉬고 있다. 도시라고 해서 모두 숨 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숨 쉬는 도시가 죽어가는 도시가 되고, 죽어가는 도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도 한다. 죽은 도시 또는 죽어가는 도시를 되살리고, 숨 쉬는 도시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게 도시재생 프로그램이다. 다양성과 창조성이 공존하도록 하는 게 도시재생의 목적이다. 그로 인해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고, 그 도시에서 숨 쉬는 사람들이 더욱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재생 프로그램은 도시 디자인과 직결된다. 도시를 배치하고, 포장하고, 내용물을 채우고 하는 과정이 도시 디자인이다. 도시 디자인은 공공미술의 개입으로 두각을 드러낸다.

▲공공미술의 현주소= 도시재생을 위해 공공미술을 도내에서 처음 도입한 곳은 마산이다. 지난 2006년 부림시장에서 ‘행복시장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다음이 오동동 아구찜 골목이다.

지난 2007년 12월 28일부터 2008년 2월 25일까지 오동동상인연합회가 진행한 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아구찜 골목에 벽화가 등장하고, 오동동 통술거리 골목이 험한 골목에서 예술의 향기가 넘쳐나는 골목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인천 포항 안성 등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오동동상인연합회를 방문하는 등 오동동 골목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오동동상인연합회 조용식 회장은 “벽화 그리기에 그치지 않고 상권 활성화를 위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거리에 야간 LED경관조명도 달아 미적 감각을 높여 지금은 찾아오는 오동동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공공미술이 마을을 지켜낸 경우도 있다. 통영 동피랑 마을이 공원지구로 예정돼 마을주민들이 이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자 푸른통영21 등 시민단체들이 2007년 10월 전국 골목벽화 공모전을 열어 화가들의 도움으로 동피랑 마을 골목골목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 소식이 전국에 알려지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결국 통영시의 공원조성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동피랑에는 굽이굽이 연결된 골목길을 따라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벽화가 있으며, 주말이면 관광객 행렬로 북적인다.

기업이 도시재생과 디자인을 이끌기도 한다. 마산 봉암공단에 입주해 있는 무학그룹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5월 7일까지 ‘무학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 삭막하고 기계적인 공장지대를 예술성, 기능성, 공공성의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다. 무학 문화의 거리에는 마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박두리씨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봉암공단 직원들과 외지 바이어들이 오가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무학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본사 정문에 대형 조형물까지 만들었다. 이 조형물은 진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조각가 심이성씨가 지난 2월 기획해 제작한 것으로, 청동주물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작품을 만든 뒤 LED무대조명을 달았다. ‘무학의 비상(飛上)’이라 이름지어진 작품은 인간과 자연환경, 무학의 공유와 공존을 나타내고 있다. 무학은 이 작품을 기업의 랜드마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공공미술은 학교 담벼락, 도로변 경사지대에도 등장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원 대산미술관, 마산아트센터 등지의 마을벽화 그리기도 공공미술 영역의 연장선상이다.



▲공공미술 저해요소= 행정의 마인드 부족이 공공미술을 통한 도시재생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미술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파트에 감각있는 공무원을 발령해야 하는데, 생소한 공무원이 업무를 맡으면 공무원을 교육시키고 이해시키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하고, 일을 좀 하려면 공무원이 발령나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지적했다.

오동동 통술거리 골목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민간단체에서 앞장서 통술거리 골목에 벽화를 도입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전국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마산을 찾는데도, 당시 마산시는 미동도 하지 않다가 뒤늦게 만날고개 당산마을 벽화를 추진해 완성하기도 했다.

공공미술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작가들이 벽화와 조형물을 만들면서 지나치게 작품성을 강조한 나머지 주민 등 보는 사람들과의 괴리감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공미술 대상지역의 역사와 주민 정서,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해 작품에 녹여야 하는데, 참여작가가 자신의 성향에 너무 매몰된다는 것이다.

적은 예산으로 추진하는 공공미술이다 보니 공공미술 주최 측과 지역작가들 간 마찰이 있기도 하고, 벽화 작업이 고된 육체노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역량있는 작가들의 참여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창원의 한 작가(50)는 “힘든 작업인데 비해 보상이 적어 공공미술 참여 메리트가 적다”고 말했다.

▲공공미술의 미래를 위해= 벽화와 조형물만 세운다고 해서 공공미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공공미술을 뒷받침하는 스토리텔링이 관건이다. 스토리텔링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역주민들의 정서와 제반 여건을 검증해 적용해야 사실성과 역사적 연속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주민과 참여작가 간 소통이 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의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어린이들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소통 마인드도 필요하다.

공공미술이 많은 예산을 수반하는 만큼 대학의 미술관련 학생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조용식 회장은 “참여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해주는 등의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더욱이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무조건 없애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 방향으로 선회하면 예산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공공미술이 적용되는 지역의 건물주들과 상인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단시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공공미술의 조화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산대학교 서정렬 교수(도시계획학 박사)는 “도시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그 도시만의 차별화된 도시특성이 강조되는데, 그게 바로 역사이다. 그 도시만의 역사성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며 도시 특성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도시가 역사·문화자원을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도시경쟁력 또는 도시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주된 방법으로 ‘컬처노믹스’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는 문화의 창의적 차별화를 통한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도시발전과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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