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폭노(暴怒)- 이준희(정치부장)

기사입력 : 2025-03-09 19:17:39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양국 간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 자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신은 카드가 없다. 당신은 3차 세계대전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 무례한 행동이다”는 등 버럭하며 모욕에 가까운 발언을 퍼부었다.

▼인생을 살면서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버럭’하고 내질러 버리는 분노(忿怒)이지 싶다. 순간적인 분을 참지 못하고 내질러 버리면 속은 후련할지 몰라도 뒷감당이 안 된다. 명심보감 치정 편에 ‘당관자 필이폭노위계(관직에 있는 자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은 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라고 했고, 명말 여곤(呂坤·1536~1618)의 신음어 편에도 인격이자시화복관(가만히 참을 것인지, 일시적인 감정에 이끌려 분노를 터뜨릴 것인지,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경계가 갈린다)이란 글로 분노를 경계하라고 했다.

▼폭노(暴怒)란 버럭 화를 내는 ‘갑작스런 분노’를 말한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즐기며 평생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어쩌면 분노는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낸 표현일지도 모른다. 화를 내야 할 때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이성을 잃고 표출한 갑작스런 분노는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12·3 비상계엄을 통해 판세를 뒤집으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승부수는 묘수가 아닌 헛수가 되고 말았다. 거대 야당의 입법과 탄핵, 예산 삭감에 거부권으로 맞서던 윤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고 폭발하면서 그의 직무는 정지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탄핵 재판을 받고 있다.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참아야 했다. 분노가 때로는 나의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절제하지 못하면 나는 물론이거니와 모두에게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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