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원 구성 파행-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기사입력 : 2024-06-10 19:13:02

각 시·군의회가 이달을 끝으로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를 맞이한다. 시의회 안팎의 관심은 후반기 원 구성에 쏠린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원 구성 파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쌓여있는 기사를 검색하면 여·야가 비슷한 의석을 차지한 경우 어김없이 다툼이 벌어졌다. 한 개 정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에서도 당내 분란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시민들은 으레 ‘또 밥그릇 싸움을 벌이겠구나’ 미간부터 찡그린다.

▼거제시의회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원 구성에서도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여야가 8대 8 동수로 출발한 거제시의회는 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파행을 겪었다. 양 당이 서로 의장을 서로 갖겠다며 고집하는 통에 한 달 가까이 개원도 못하다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떠밀려 가까스로 합의를 이뤘다. 합의 결과 국민의힘이 전반기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갖기로 하고 후반기에는 반대로 민주당이 의장과 위원장 2석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현 의장이 연임 의사를 내비치면서 다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의장단 선출은 교황식 선출 방식이다. 사전에 내정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벗어난다”는 논리를 들었다. 당장 민주당이 입장문을 내며 반발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전반기 때)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는 것은 시민과 지역사회를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합의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눈앞의 이익을 좇는 정치적 선택이 결국 패착으로 이어진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 원칙과 명분 없이 합의를 저버렸던 정치인치고 승승장구한 사례도 별로 보지 못했다. 정치의 본질이 투쟁이라지만, 명분 없는 이전투구는 정치혐오만 부추길 따름이다. 결정적으로 의장 자리가 원칙과 명분을 저버릴 만큼 대단한 자리인 것 같지도 않다. 시민들이 자리다툼 하라고 여야 균형을 맞춰준 건 아닐 것이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