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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AI시대- 조고운(디지털 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4-06-25 19:06:49

글자가 악마의 발명품으로 취급받던 시대가 있었다. 5000년 전 우르크에서 인류 최초로 문자가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다. 사람들은 ‘글은 누가 썼는지도 알지 못한 채 퍼져나갈 수 있기에 저자의 주장이 정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고 질문을 던질 수도 없는 것’이라며 불신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문자에 대한 기억력 의존이 인간이 지닌 사고의 깊이를 저해할 것이라 했고, 이집트의 왕 타무스는 문자에 의존하면 인간의 도덕적 품성이 약해지고 잘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인쇄기가 본격 도입된 1400년대, 사람들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책 때문에 지적인 삶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들은 책이 유행하면서 지식인들이 서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고, 쓸모없는 어리석은 생각들로 마음을 오염시키며 책에 파묻혀 살게 될 것을 예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걱정은 1400년 이후 텔레비전이 대중화 됐을 때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됐을 때 사회적으로 제기되던 문제점들과 일맥상통한다.

▼바야흐로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과거 5000년에 걸린 진화를 AI가 5년 안에 끝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 앞에서 또다시 인류는 설렘과 걱정에 휩싸였다. 혹자는 AI가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을 열 기회라고 말하지만, 혹자는 AI가 인류의 멸종을 이끌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5000년 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문자와 책이 현대문명에 미칠 지대한 영향에 대해 전혀 몰랐던 과거의 사람들처럼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모든 게 아주 많이 변했을 것이란 사실이다. 거대한 새로운 물결 위에 올라탄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류는 그 답을 오래전에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무언가에 의해 인간다움과 사유하는 힘을 잃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고민하는 태도 말이다.

조고운(디지털 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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