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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로컬 전성시대- 강희정(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4-06-26 19:38:21

몇 해 전 대전 출장길에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샀다. 가장 유명한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은 기본, 명란바게트까지 맛있게 먹었다. 가족과 함께한 경북 안동 여행에선 맘모스제과의 쫀득하고 말랑한 크림치즈빵을, 전북 전주여행에선 풍년제과의 수제 초코파이, 광주에선 궁전제과의 계란샐러드가 꽉 찬 공룡알빵을 먹었다. 요즘처럼 ‘빵지순례’가 아닌 여행간 김에 들러 맛본 지역의 특산물이었다. 전북 군산을 간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의 단팥빵도 맛보고 싶다.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 성심당 소개 글의 첫 문구다. 사람들은 오직 대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위해 KTX를 타고,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잼도시’라 불리던 대전은 빵을 찾는 이들로 활기를 띤다. 빵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대체불가’한 ‘대전만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는 1956년부터 수십 년간 빵과 도시, 사람을 하나로 잇는 성심당의 특별한 노력도 함께한다.

▼부산 명물 커피로 성장한 ‘모모스커피’, 울산 언양과 울주의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복순도가’, 제주 로컬 식문화와 공연을 결합한 국내 최초 해녀 다이닝 ‘해녀의 부엌’ 등도 지역 기반으로 각각의 브랜드 성장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서핑의 성지가 된 양양, 강릉 커피거리 등 지역 자체가 로컬 브랜드로 떠오르며 힘을 잃어가던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지역소멸 시대에 맞서 로컬(local)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이에 지역 색깔이 담긴 공간, 식품, 굿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차별화 없이 무턱대고 따라하면 매력이 없다. 매력이 없으면 지속가능할 수 없다. 경남을 브랜딩하려면 경남만의 ‘매력’을 찾아 경남에 꼭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즉 ‘경남다움’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대체불가’ ‘경남의 자부심’이 될 브랜드를 전국의 모든 이들과 함께 즐기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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