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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첫 단추 잘못 끼운 창원 팔룡터널- 김정민(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4-06-27 19:14:17

군자신시(君子愼始), 차약호리(差若毫厘), 무지천리(繆之千里). ‘군자는 일을 시작할 때 신중하라, 만약 시작할 때 털끝만 한 차이라도 생기면, 나중에는 천 리만큼 차이 난다.’ 대대예기(大戴禮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는 독일 괴테의 명언과 맥을 같이한다.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면 첫 단계부터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원 팔룡터널이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다. 민간투자로 2018년 개통한 이 터널은 시작부터 효과에 의문 부호가 달렸다. 인근에 봉양로(봉암교)·무역로(해안도로)·팔룡로(삼성창원병원)·3·15대로 등 무료도로가 많은 데다 돈을 내는 유료임에도 교통이 혼잡한 양덕광장 오거리로 연결돼 이동시간 단축 메리트가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 하루 통행량은 1만3000대 정도. 하지만 첫 단추 격인 실시협약의 예상 통행량은 하루 4만5000대로 측정됐다.

▼개통 후 유니시티 아파트 입주와 야구장 이용 등으로 통행량이 늘 것이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결국 통행량의 큰 차이는 적은 요금 수입에 따라 만성적자로 이어졌고, 민간사업자가 건설 당시 빌린 대출금 이자조차 내지 못하면서 대주단(대출해준 금융기관 단체)으로부터 원금회수 통보와 계좌가 압류되는 상황에 다다랐다.

▼사회간접자본의 경우, 얼마나 이용할지 따져보고 전망하는 수요예측 조사를 하지만, 불확실해 잘못 예측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게 문제. 그럴듯한 청사진에 숫자로 포장하는 건 덤이다. 팔룡터널 역시 창원과 마산을 화합하는 대동맥 사업이자 관광 활성화 초석이라는 명분에 경제적 편익이 60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엉터리 예측과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와 부담은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처지다. 참고로 2022년 기준 창원시의 채무액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4108억원이었다.

김정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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