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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식물 보기 힘든 ‘밀양 고산습지센터’

기사입력 : 2024-06-28 08:02:58

고산지대 식물 창포·붓꽃 등 4종뿐
나머지 20여종은 일반식물로 구성

건립과정에서 유리온실로 변경돼
내부온도 올라 고산식물 살 수 없어

시의회 “차단막 설치 등 조치해야”
시 “연구센터와 협의해 보완 노력”


밀양시가 자연 친화적인 실내 인공습지로 재현해 습지 보존의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한 고산습지센터가 고산식물이 거의 없어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시에 따르면 선샤인 밀양테마파크 내 단장면 관광단지로 77 일대에 사업비 36억원(도비 13억, 시비 23억)을 들여 연면적 807㎡ 규모의 유리온실을 지난 2022년 3월 착공해 올해 5월에 정식 개관했다.

고산습지센터는 자연생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특이한 경관과 지형적, 지질학적 가치 보존을 위해 설립됐다.

선샤인 밀양테마파크 내에 건립된 고산습지센터./밀양시/
선샤인 밀양테마파크 내에 건립된 고산습지센터./밀양시/

하지만 현재 고산습지센터에는 고산지대 식물 대신 일반식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습지 관련 식물로는 억새와 창포, 붓꽃, 이끼 등 4종류만 식재돼 있으며 나머지 20여종은 일반식물로 구성돼 있다.

이는 고산습지센터 건립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초 고산습지센터를 단장면 구천리 산 1번지 일대에 2층 규모의 일반건축물로 건립하려고 추진했으나 땅 소유주의 설치 반대로 션사인 테마파크 내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건축물 구조도 설계 변경해 유리온실로 바뀌면서 유리가 낮에는 열을 받아 내부 온도가 상승, 고산습지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 봉착돼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또 유리온실 뒤편 일부분에 억새를 식재해 잡초와 구분이 되지 않아 주먹구구식 조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시의회 정희정 의원은 최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질타했다. 그는 “현재 유리온실로 돼 있는 고산습지센터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공기를 순환시켜 서늘한 정도의 고산지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생하는 고산식물들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고산습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고산습지센터의 이름에 걸맞은 식물들로 채워달라”고 요청했다.

밀양시 관계자는 “생물자원증식연구센터와 협의해 밀양시 관내에서 자생하는 고산습지와 일반식물을 식재하겠다”고 말했다.

고비룡 기자 gob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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