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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정신’ 잇는 마산 예술가 오창성·김복수씨

1980년 고향 돌아온 문신 곁에서

작품활동·미술관 건립 등 도와

가르침 새겨 독자적 작품활동도

기사입력 : 2024-05-26 20:43:59

‘세계 3대 조각 거장’으로 불리는 조각가 문신. 회화와 조각을 오가며 이룩한 그의 예술 세계는 한국의 근대 미술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다.

문신을 형용하는 단어는 많다. 개중 ‘이방인’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생의 절반은 조국을 떠나 일본과 프랑스에 머물렀다. 그러나 타지에 살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인 마산을 언제나 그리워했다. 마산 추산동에 올려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고향을 사랑했던 그가 가진 정신의 집약체다.

올해로 건립 30주년을 맞이한 미술관이 30주년 기념 전시를 기획했다. 문신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문신에게는 제자가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신의 곁에서 그의 작업을 돕고 예술 정신을 이어받은, 문신을 스스럼없이 ‘스승’이라 부르던 마산의 예술가들을 새롭게 발굴했다. 마산에서 미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오창성(77)·김복수(75) 선생이다.

오창석(오른쪽)과 김복수 선생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문신의 조각 작품 앞에서 문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오창석(오른쪽)과 김복수 선생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문신의 조각 작품 앞에서 문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이들은 무학화가협회 소속 작가다. 문신이 마산으로 영구 귀국했던 1980년 처음 대면해 이듬해인 1981년부터 문신이 흑단으로 작품을 제작했던 2년간 문신의 자택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도왔다. 이후로도 문신의 전시나 지역의 행사, 미술관 건립 등 문신이 타계한 1995년까지 문신과 가까운 곳에서 그를 보필했다.

이들은 문신이 당시 한국 미술계에 만연한, 제자가 스승을 모방하는 폐단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신이 체득한 작가 정신인 ‘독자적인 세계의 구축’과 ‘마음의 창’에 대한 가르침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문신의 가르침대로 여느 예술가와는 개별화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일흔이 넘은 나이까지 ‘마음의 창’이 닫히지 않게 작품 활동을 쉰 바 없다. 만약 문신에게 제자가 ‘있다’면, 그의 정신을 계승한 이들 외에 또 누구라 할 수 있을까.

경남신문은 마산으로 돌아온 문신과 깊이 교류했던 두 예술가를 처음으로 조명하고 이들과 문신이 함께 했던 역사를 기록한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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