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처럼… 남강에 청춘문화 흐르자 진주가 뜨거워졌다

‘지역이 미래다’ 경남 리빌딩 (2) 진주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기사입력 : 2025-03-19 08:03:03

무소음 관광 프로그램 등 문화유산과 현대예술 결합
단순한 투어 넘어 지역주민과의 공존 해법 제시 주목
대기업 마케터 출신 배경하씨 사회협동조합 출범
“보편성 내세워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 만들 것”


진주 남강에서 헤드셋을 쓴 사람들이 디제이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사람들은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과 병풍을 두른 듯 깎아지른 뒤벼리의 아름다운 풍경, 음악에 흠뻑 빠져든다. 이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주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산청 고택의 쏟아지는 별 아래 재즈와 함께 낭만 가득한 밤을 즐긴다. 이들 역시 헤드셋과 함께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오롯이 지역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남강 별밤 피크닉./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남강 별밤 피크닉./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이렇게 경남이 가진 매력에 문화콘텐츠가 결합되니,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졌던 지역에서의 일상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곳에는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해졌다.

배경하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LCCL) 대표가 로컬 크리에이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한유진 기자/
배경하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LCCL) 대표가 로컬 크리에이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한유진 기자/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배경하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LCCL) 대표가 있다. 그는 진주에 자리잡고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지역의 이야기와 공간, 사람을 연결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역에 새뜻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 발 한 발, 지역의 가능성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강 별밤 피크닉./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남강 별밤 피크닉./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남강 별밤 피크닉./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남강 별밤 피크닉./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지역과 청년 소멸, 문화콘텐츠로 해결해보자”

“지역과 청년 소멸 문제를 문화콘텐츠로 개선하는 컨설팅사가 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저희의 행보가 진주가 고향인 제 아이가 맞닥뜨릴, 제 다음 세대가 마주할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 소재 대기업에서 마케터로 4년간 활동하던 배경하 대표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 직장이 있는 진주로 내려왔다. 그는 지역에서의 경력 단절을 실감하며 새로운 도전을 모색했다.

배경하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LCCL) 대표./한유진 기자/
배경하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LCCL) 대표./한유진 기자/

배 대표가 선택한 것은 주얼리 공방. 공방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플리마켓을 접하게 됐고, “판매만을 위한 마켓이 아니라 브랜드와 지역을 함께 알릴 수 있는 마켓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2019년 ‘너와 마켓’을 기획했다. 이는 단순한 플리마켓이 아니라 퀄리티 높은 셀러와 협업하는 문화 장터로 자리 잡았고, 2021년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 문화 기획과 컨설팅, 축제 운영 등의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공식 출범한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는 지역과 청년 소멸 문제를 문화 콘텐츠로 개선해나가자는 목표를 삼았다. 이후 문화 기획과 컨설팅, 축제 운영 등의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설립 초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지만 이후 매년 1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문화콘텐츠가 불러온 지역 활력

“한강만 강이가? 남강도 있다.”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사운드 리버 페스티벌’은 남강의 배경으로 로컬 디제이, 로컬 푸드,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한데 모여 지역의 개성과 매력을 담아냈다.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걸으면서 남강을 즐기는 무소음 페스티벌로 주목, 남강 생활권과 로컬 문화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행사에서 벗어나 관광지와 지역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고택 재즈 별밤’도 기획했다. 산청의 고택에서 헤드셋을 통해 재즈를 들으면서 역사적 공간을 현대적인 문화 콘텐츠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로, 이 역시 무소음 콘텐츠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는 지역이 가진 문화적 요소를 활용해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노노이즈(NONOIZ)’라는 무소음 솔루션 브랜드를 만들고, 레저 스포츠, 영화, 웰니스, ESG 여행이나 무장애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에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하모니 나이트 진주./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하모니 나이트 진주./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하모니 나이트 진주./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하모니 나이트 진주./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하모니 나이트 진주./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하모니 나이트 진주./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이 밖에도 지역 뮤지션과 청년들이 함께하는 ‘트렁크 뮤직 페스티벌’, 봄 관광지와 체험 콘텐츠를 결합한 ‘하모니 나이트 진주’, 가을 밤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즐기는 ‘올가을 진주’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역 내 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도모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지역에 모인다.

“저는 진주에서 만든 콘텐츠가 지역이라는 바운더리(경계)를 넘어서 전국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꾸준히 좋은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선보이고 있는데, ‘진주에서 나온 콘텐츠가 시장성이 있구나’를 주변에서도 느낀다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진주에서 만든 콘텐츠가 서울에서도, 해외에서도 소비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노노이즈 투어.
노노이즈 투어.
노노이즈 투어./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노노이즈 투어./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다양한 프로젝트로 지역 되살린다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또다시 지역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진주문화관광재단의 ‘진주대표 관광 상품 공모전’에 선정되면서 오는 5월 진주 본성동에서 ‘노노이즈 투어 진주 도보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는 문화콘텐츠를 넘어 한 단계 도약에 나선다. 올해 진주 본성동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도보투어 등 무소음 관광콘텐츠 허브로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색을 살린 F&B 브랜드가 들어서는 등 문화와 상업이 공존하는 공간을 그려나가고 있다.

노노이즈 투어./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노노이즈 투어./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노노이즈 투어./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노노이즈 투어./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지방소멸은 시작됐고, 피할 수 없어요. 기존 산업에서 파이를 나누기 한다면 자생하기 어려워요.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익을 얻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배 대표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뒷받침돼야 할까.

“결론적으로 자기가 좋아하고 진짜로 잘할 수 있는 것들이 합치가 되어야 오래할 수 있어요. 단순히 지원사업과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페이퍼를 쓰기 시작한다면 결국 매몰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잘할 수 있고, 꼭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롱런하는 비결입니다. 스스로가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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