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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어 골수이식까지 아버지 두 번 살렸다

경남대 기계공학과 3학년 차장권씨

4년 전 간암 아버지에 간 이식 후

기사입력 : 2018-05-20 22:00:00


간경화와 간암으로 투병하는 아버지를 위해 4년 전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 4년 후 아버지가 혈액암 판정을 받자 이번엔 골수를 이식해준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경남대학교 기계공학과 3학년 차장권(21·사진)씨. 장권씨는 지난 17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아버지(53)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했다.

장권씨의 아버지는 올해 초 어지러운 증상과 피곤함을 느끼는 등 급격히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단순히 피로 때문으로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반드시 빠른 시일 이내 골수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장권씨는 주저없이 자신의 골수를 아버지에게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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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간경화로 투병하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주고 최근엔 자신의 골수를 이식해준 차장권씨./성승건 기자/



“제 아버지니까요….”

골수이식을 마친 이튿날 창원으로 돌아온 장권씨는 20일 기자와 만나 ‘아버지를 위한 일이지만 겁이 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니까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아들의 골수를 이식받은 아버지는 현재 병원 무균실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 결과가 좋아 이르면 2~3주 뒤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병원의 말에 가족들은 안도하고 있다.

장권씨가 아버지를 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5월 간경화와 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내놓았다. 부모는 물론이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누나와 형 등 가족은 학업에 지장을 줄까봐 간 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장권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장권씨는 아버지를 위한 일이니 자신도 나서겠다고 말했고, 검사 결과 형보다 자신의 간이 이식수술에 더 적합하다는 병원의 판단에 따라 같은 해 7월 수술했다.

4년 전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한 만큼 골수도 유전학적으로 더 적합하고 또 이식 후에도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돼 회복이 빠를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장권씨가 선뜻 나서게 됐다.

창원에서 금형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권씨의 아버지는 가족과 일밖에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다. 경기악화로 직원을 대폭 줄여야 할 만큼 경영은 더욱 어려워진 데다, 간 이식을 받은 이후에도 공장을 회생시키기 위해 두세 명 몫의 일을 수년간 해오면서 시나브로 건강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개구쟁이 사춘기 소년처럼 장난기 많았던 장권씨의 표정이 이 대목에 이르는 순간 어두워졌다. 아버지를 위해 간을 내어주고 골수까지 이식한 막내아들은 제 또래가 하고 있는 취업과 연애 걱정보다는 아버지 걱정이 앞섰다.

이제 장권씨의 소원은 단 하나다.

“초등학생일 때 작업복 입고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을 한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제 꿈은 아버지와 함께 평생 같은 일을 하는 것이에요. 아버지가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또 헌신하셨던 만큼 대학을 졸업하면 이제 제가 아버지를 대신해 두세 명 몫을 할 겁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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