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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43)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⑬

“돈 잔치를 벌이지는 않을 거야”

기사입력 : 2018-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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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다. 어디서 음악이 흐르는가 보았더니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현악사중주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미모의 여자들이었다.

“산사.”

“응.”

“오늘 산사가 예쁜 거 알아?”

“진짜?”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이 귀엽고 예뻐.”

“아이 좋아.”

산사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서경숙이 북경시장과 식사를 마친 것은 밤 9시가 되었을 때였다. 북경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를 초청한 것은 서민은행 때문이야.’

서경숙이 설립하고 있는 서민은행은 중국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은 무엇이든지 배우려고 하고 있었다.

“북경시가 왜 누나를 초청했어?”

커피를 마시면서 서경숙에게 물었다.

“서민은행 때문이지.”

짐작은 했으나 중국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은행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잖아?”

“중국은 정보수집을 빠르게 하고 있어. 중국도 마침 서민은행을 설립하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우리가 먼저 설립하자 놀란 것 같았어.”

“서민은행은 괜찮을 것 같아?”

“성과가 나오는 게 그렇게 쉬울 것 같아? 서민은행은 서민을 돕는 데 목적이 있어.”

“그래도 이익을 창출해야 하잖아? 이익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자본금을 갖고 있어도 금세 없어질 거야.”

“서민은행도 이익을 창출해야지. 시중은행과는 다르게 할 거야.”

서경숙은 나름대로 복안이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직원들에게 공공성을 더 요구해야지.”

“공공성?”

“봉사.”

“임금을 제대로 주겠다는 거야? 임금을 깎으려는 건 아니지?”

“시중은행처럼 돈 잔치를 벌이지는 않을 거야.”

서경숙이 단호하게 말했다. 사회주의가 좋아할 정책 같았다. 김진호는 서경숙의 뒤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누나가 서민은행을 계획한 거 아니지?”

“나는 실행만 맡았을 뿐이야. 기획을 한 것은 진짜 사회주의자야. 지금은 죽었지만.”

서경숙이 이춘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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