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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빌라 화재…한국말 모르는 고려인 아이들 덮쳤다

부모·이모 없는 사이 화마 덮쳐… “아이들 장례 우즈베크서 지내겠다”

기사입력 : 2018-10-21 22:00:00

“어른들은 모두 공장에서 일하느라 바쁘고 평소에도 제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하네요. 보는 저도 사정이 너무 딱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21일 오전 김해시 서상동 빌라 화재 합동감식 현장에서 만난 담당 경찰관이 A군의 아버지(44)를 만난 뒤 기자에게 상황을 알려주며 말문을 열었다. 합동감식 현장 부근에서 본 A군의 아버지는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화재 당시 A군의 부모는 저녁식사 모임이 있어 이모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외출했으며, 이모는 아이들이 방에서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는 장을 보려고 집을 나섰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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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20일 저녁 김해 서상동 빌라 화재로 숨진 우즈베키스탄 출신 4살 A군과 누나 14살 B양, 중태에 빠진 12살 형, 그리고 12살 이종사촌형은 모두 최근에 입국해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모와 이모 등 보호자도 없이 집에 있다가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려인 3세인 아버지와 어머니(38), 이모(40) 모두 화재가 난 방 2개짜리 빌라에서 월세를 내고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김해 주촌면과 한림면 등 공장에서 잔업과 휴일근무 등을 이어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공장에서 일하는 탓에 아이들 넷은 평소에도 학교와 어린이집을 마친 뒤 집에서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A군 등 3남매는 3년 기간의 방문비자(H2)를 획득해 지난 2016년 8월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A군의 이모도 방문비자를 통해 지난 8월 아이와 함께 입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의 부모는 평소 다니던 김해교회의 도움을 받아 22일 아이들을 화장한 뒤 유해를 보관하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장례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경찰도 아이들 부모의 뜻에 따라 주한 우즈베키스탄대사관과 협의해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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