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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66)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36

‘정말 탁문군의 후예인가?’

기사입력 : 2018-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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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물건을 납품받아야 하는 것이다.

“회장님, 일만 점 단위로 계약을 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부의 의견을 받아서 구매부에서 발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구매팀과 함께 내가 서울에 가야겠군. 알았네.”

“예.”

유이호가 물러갔다. 김진호는 구매부의 탁경환을 불렀다. 그는 자신이 2000년 전의 여류시인 탁문군의 후손이라고 자랑을 하는 사내였다. 30대 후반으로 민첩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디자인팀과 협의해서 서울에 가서 의류를 구입해야 할 것 같아. 만 점 단위로 물건을 구입했으면 좋겠는데 탁 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후에 디자인팀과 회의를 해서 결과를 보고 올리겠습니다.”

“알았네. 모레 서울로 함께 가세. 비행기 티켓 끊으라고 지시하고.”

“모레요? 알겠습니다.”

“동대문 상인들에게 발주를 해야지.”

“예.”

탁경환이 물러가자 김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탁경환은 구매 업무를 잘 처리할 것이다. 중국의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스카우트했는데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었다.

“탁문군은 전국시대 탁융의 후손입니다.”

탁경환은 자신의 조상이 탁문군의 선대인 임공의 탁씨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술을 마시면서 거품을 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정말 탁문군의 후예인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탁씨도 대성의 하나로 인구가 많았다.

탁문군과 사마상여는 2000년 전에 열렬하게 사랑을 한 사람들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임공의 부자 탁씨가 나온다. 사마천이 이름을 적지 않은 탁씨는 부자인 탁씨 일가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탁경환은 탁씨의 이름이 탁융이라고 했다.

제철은 2000년 전에도 이미 중요한 치부의 수단이었다. 제염과 제철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막대한 돈과 인력이 들어갔지만 여기에 일생을 투자한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본과 인력의 여력이 없어서 제철업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자본과 인력이 없어도 오로지 의지 하나로 제철업을 일군 사람이 탁융이었다.

탁융은 중국의 전국시대 말엽 조(趙)나라 한단에 살았다. 그는 인구가 많은 조나라의 도읍 한단에서 대대로 부유하게 살았으나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침략하자 전전반측하게 되었다. 전쟁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자니 그동안 일군 부를 버려야 하는 것이 아쉬웠고 한단에 그냥 살고 있자니 전쟁이 두려웠다.

전쟁은 가혹하게 휘몰아쳐 왔다. 조나라의 40만 대군도 진나라의 무안군 백기 장군에게 몰살을 당하고 인상여 같은 뛰어난 대신과 염파와 같은 맹장들도 병으로 죽었다.

탁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진나라 군사는 파죽지세로 조나라를 침략했다. 조나라는 결국 멸망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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