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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신인간관계- 이혜영(변호사)

기사입력 : 2019-08-04 20:27:12

‘오늘 회식이니까 한 사람도 빠지지 마라, 먼저 회식 자리 뜨면 안 돼’ 라는 말은 이제 직장 내에서는 할 수 없는 표현이 되었다.

직장 내에서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의 보호라는 취지로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하여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고 지난 7월 16일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사장은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괴롭힘이 있는 경우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되고 금지되었으며, 괴롭힘이 업무상 재해에 추가된 것도 중요한 성과다.

개정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에 따라 지체 없이 해당 내용을 조사해야 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사용자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신고했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줬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는 어떤 경우들이 해당되는 것인가.

통계상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의 1위는 퇴근 후 또는 휴일에 연락하여 업무지시하는 경우였으며, 다음 순위로 명확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아 업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회식 참여 강요로 나타났다. 그 외 개인적 업무 지시나 의도적인 업무 배제, 따돌림, 폭행, 반복적인 폭언 등이 해당된다.

상급자나 동료들이 ‘연차 그렇게 3일씩 연달아 쓰면 민폐지,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라거나 주말 단톡방에 ‘어디 해장국 잘하는 집 아는 사람 없어? 어?’라고 다그치고 자신의 말 주저리주저리해도 괴롭힘에 해당한다.

다만, 의류회사 팀장이 부하직원에게 새 제품 디자인 보고를 지시하고 여러 차례 시안을 받고도 계속 보완을 요구하여 부하직원의 업무량이 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한 경우, 근무평정 권한이 있는 부장이 부하직원에게 영업부진을 이유로 근무성적을 좋게 주지 않아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 등은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사안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고 기준이 모호해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괴롭힘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개정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별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취업규칙을 보완하여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법조계와 노동계에선 해당 법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힘 피해를 접수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은 회사에 불이익을 주도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개정법의 시행을 계기로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폭력회장’, ‘재벌오너 가족’들의 잘못된 인식, ‘직장 내 수직적 권력구조’ 등이 감춰져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을 선동하는 원인이라는 점을 자각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탄력근무제 등 물리적인 노동조건 향상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문화적인 근무환경도 중요하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는 정해진 노동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지 존엄한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이혜영(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