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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이 산을 오르게 한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기사입력 : 2019-09-08 20:19:31

9월 10일까지 울산 울주에서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펼쳐 놓고 열리는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서 유난히 많은 발길을 끄는 기획전시회가 있다. 지역 산악전문단체인 ‘마산산악동지회’(회장 구자억)의 ‘89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 기념 장비 및 사진 전시회’다.

마산산악동지회는 1989년 우리나라에서 4번째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산악대이며, 단일등반대로는 처음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것은 1977년 고상돈이었다. 이어 87, 88년 에베레스트 등정 소식이 알려졌지만, 그 등정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도전이었다.

물론 한국인의 위대한 도전이었지만 일종의 ‘관급등정’이었던 셈이다. 그 뒤를 이어 불쑥 남쪽 항구도시 마산이란 지역에서 ‘마산’이란 이름을 단 단일 등반대(대장 김인태, 당시 38세)가 에베레스트 8848m 정상에서 한국 산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989년 10월 13일, 조광제 대원(당시 28세)이 에베레스트 남동릉을 우회해 정상에 섰다. 조 대원은 우리나라에서 9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자로 기록됐다. 당시 경남도나 마산시의 지원 한 푼 받지 않은, 오로지 20, 30대 대원 16명의 뼈를 깎는 지독한 훈련과 대원 개개인의 주머니를 털어 성공한 산악인들의 ‘열정등정’이었다.

그래서 한국 산악사에서 빛나는 기록을 세운 것이며 ‘마산을 통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들어 올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당시 울산도, 울주도 경남지역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30년 전 그들의 도전을 축하하며 ‘아름다운 인연’으로 모신 행사다. 영화제의 배경인 영남알프스는 그들의 동계 훈련장이었다.

전시장은 조광제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때 사용한 파커, 장갑, 모자, 신발, 배낭 등을 비롯, 16명 대원들의 크고 작은 장비 등 300여 점과 당시를 생생하게 기록한 사진과 영상이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은 낡고, 녹이 슨 장비와 기록들이지만 30년 전 ‘마산산악인들의 도전정신’은 여전히 살아있어 관람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 기록들이 생생하게 전시될 수 있었던 것은 마산산악동지회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 10길 3(부림동)에 ‘창원등산박물관’을 마련해 보관해왔기 때문이다. 또 그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창원등산아카데미를 계속 운영하면서 후배를 양성해왔다.

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4년에 K2 등정은 실패했다. 하지만 마산산악동지회를 거쳐 간 대원들은 남극과 북극, 초오유, 낭가파르바트,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에서 이름을 떨쳐 ‘산악사관학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마산산악동지회는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9월 27일 발대식을 가지고 10월 11일 쿰부 히말 자락에 자리 잡은 세계 3대 미봉인 ‘아마다블람’ 등정에 나선다. 이제는 50, 60대가 된 그들의 ‘추억 산행’이지만 훈련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이번 등반은 정통 알파인 스타일인 ‘무산소 등정’이다. 등정대장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조광제 씨가, 산행대장은 김민효 씨가 맡았다.

마산산악동지회는 무학산에 애정이 깊다. 무학산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앞면에는 ‘무학산761.4m’가, 뒷면에는 ‘마산 3월의 정신 여기서 발원되다’가 새겨져 있다. 이들의 이번 등정에는 내년으로 60주년을 맞는 마산 3·15 민주의거를 알리는 목적도 있다. 이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마산의 ‘산’은 그들에게 숙명이며 운명이다. 그들은 그 ‘산’을 위해 창립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을 쉬지 않고 산을 오르고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