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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08) 제25화 부흥시대 18

“무서워요”

기사입력 : 2019-11-13 08:13:22

이재영도 그녀를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 수영복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전쟁 중이었다. 백사장에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으나 대부분이 수영복을 갖추어 입지 않았다. 홑바지 저고리가 태반이었고 여자들은 검정치마에 낡은 저고리 차림이었다. 아이들만이 웃통을 벗고 뛰어다녔다.

옷을 입은 채 물속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재영도 연심과 함께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한여름이라 물은 차갑지 않았다. 이재영은 허리까지 물이 차자 연심의 손을 놓았다.

“엄마야!”

연심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너울이 연심을 덮치자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이재영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서서 연심을 잡아 일으켰다.

연심이 두 팔로 이재영의 목을 끌어안고 정신없이 허우적거렸다.

“어푸!”

연심은 온몸이 흠뻑 젖었다. 머리까지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이다.

“놀라지 마. 발을 잘 버티고 서 있어.”

“무서워요.”

“무섭기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재영은 연심을 세워 놓고 물속에 들어가 보았다. 머리까지 물속에 담그자 시원했다. 그러나 물이 입속에 들어가자 짭짤했다.

“들어가 봐.”

이재영이 연심에게 말했다.

“싫어요.”

연심은 더 이상 깊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재영은 바다에서 10분쯤 놀다가 나왔다. 백사장은 뜨거웠다. 백사장이 끝나는 곳에 포플러가 몇 그루 서 있었다. 이재영은 포플러 그늘에 앉아서 쉬었다.

“물이 엄청 짜요.”

연심이 바닷물에 젖은 치마와 저고리를 짰다.

“바닷물은 원래 소금물이야. 집에 가서 씻어야 돼.”

이재영은 백사장을 응시했다. 백사장에 뙤약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닷물에 들어가 본 일이 있어요?”

“들어가 봤지.”

“나는 처음이에요. 바닷물은 다 어디에서 온 거예요? 빗물이 흘러와 고인 건가?”

이재영은 바다를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대체 이 많은 바닷물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연심도 그러한 의문이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야. 원래부터 있던 거야.”

“원래요?”

“우리가 사는 곳을 지구라고 하는데 바다와 산으로 나뉘어 있었대.”

이재영도 그 사실을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