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사설] 형식에 그치고 있는 ‘국가안전대진단’

기사입력 : 2020-08-04 20:13:59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는 국가안전대진단이 형식적 점검에 그쳐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안전대진단 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실효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2018년 190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국가안전진단의 문제점을 노출시킨 사례이지만 경남도는 이 화재사고 이후에도 안전대진단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전의식 부재가 빚은 대형참사를 겪었는데도 감사원 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온 것은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도내서는 국가안전대진단을 한 시설에서 1년 이내 화재가 발생한 곳이 106개소에 달하고, 이 중 사전 안전진단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곳은 17개소에 불과했다. 이는 안전진단이 부실했고, 문제점이 드러나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교량, 터널 등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시설 15개소는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도 방치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번 감사에서 거제시는 민간전문가 한 명이 6일간 공동주택 4806세대의 전기·소방·가스 등 3개 분야를 점검해 수박 겉핥기식 점검 사례로 꼽혔다. 지자체 ‘셀프점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민간합동점검도 눈 가리고 아옹식으로 했다니 어이가 없다.

국가안전대진단이 이 같이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데는 제도적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대진단에서 문제점이 지적돼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보수·관리 대상 시설이 아닌 경우에는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적 의무대상이 아니라도 후속 조치를 반드시 하도록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이 따라야 한다. 형식적 점검에 그치지 않도록 ‘점검자 실명제’를 도입하고 추후 부실점검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좋은 제도를 내놔도 자치단체의 안전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대형참사는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