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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주취자… 깨끗해진 마산 번화가

본지보도 후 경찰 합성동 집중단속

중증 주취자 3명에 구속영장 신청

기사입력 : 2020-09-23 20:53:59

속보= “종일 술판을 벌여 주민들과 상인들에게 위협이 되고 위생상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쾌적해요.”

마산지역 번화가 주민들이 상습 주취자들의 소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서 이들 대부분이 사라졌다.(8월 7일 1면 ▲마산 번화가 상습 주취자 골머리 )

23일 오전 11시께 창원시 합성동 시외버스 하차장.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노숙인·부랑자 등 상습 주취자들이 대합실은 물론 건물 밖에서도 술판을 벌여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이날은 상습 주취자는커녕 인도와 거리 화단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깨진 소주병이나 음식 쓰레기 등 이들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본지 보도 이후 마산동부경찰서·합성지구대 경찰들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다.

23일 오전 11시께 창원시 합성동 시외버스 하차장. 평소 주취자들이 술판을 벌이던 자리가 깨끗이 정리돼 있다.
23일 오전 11시께 창원시 합성동 시외버스 하차장. 평소 주취자들이 술판을 벌이던 자리가 깨끗이 정리돼 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4년째 경비 근무를 하고 있는 이모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숙인 등이 무리지어 술판을 벌이고 난동을 피우는 탓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는데, 요즘은 다 없어졌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씨에 따르면 상습 주취자들은 시외버스터미널 건물 안팎에서 술을 마시고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기도 해 행인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으며, 이곳 저곳에 노상방뇨는 물론 대변까지 보는 일이 많아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년째 청소일을 하고 있는 정모씨는 “(주취자들이)장소를 가리지 않고 볼일을 봤다. 청소가 힘드니 화장실에서 해결해 달라고 점잖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보란듯이 더 난장판을 만들어 너무 힘들었다”면서 “최근에는 주취자들이 안보여 근무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고 전했다.

합성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주취자들이 주말만 되면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폭언을 하거나 성희롱을 해 걱정이 많았는데 요즘같으면 안심할 수 있다”면서 “최근 경찰들이 순찰을 자주 돈 것이 확실한 효과를 낸 것 같다. 합성동 주민으로서 경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합성동 일대에서 노상음주를 하면서 난동을 피우거나 무전취식 등을 상습적으로 한 주취자 3명을 구속했다. 이전까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현장에서 경범죄 스티커를 발부하거나 범칙금 미납부자를 구류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민생 침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장기간에 걸친 채증(증거를 수집함)을 통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박용식 합성지구대장은 “합성동 일대에서 상습적으로 노상음주를 하고 난동을 피우는 일당이 25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중 중증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 3명을 구속했으며, 나머지 인원에 대한 구속 준비도 마친 상태지만, 우두머리격에 대한 구속이 이뤄지자 일당들 대부분이 겁을 먹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새로 부임한 유병조 마산동부경찰서장도 민생침해 범죄에 총력 대응하자는 뜻을 밝혔고, 직원들 모두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의 단속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근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 마산시외버스터미널과 행정, 경찰의 환경개선·주취자 갱생·단속 등 3자 협력체계를 구축해 상습 주취자 를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산동부경찰서는 지난 22일 마산회원구청 사회복지과, 합성2동, 창원시립복지원, 마산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 등과 다중이용시설 주취 노숙인 소란행위 대책 마련 지역공동체 치안협의체 회의를 가졌다. 마산동부경찰서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숙·음주를 할 수 없도록 하차장 등에 침입방지를 위한 펜스 설치, 내부 LED조명 설치 등 환경개선 사업을 창원시와 협업해 진행 중이다.

글·사진= 이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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