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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아동학대 사망 많은데 비해 학대 발견율은 낮아 심각한 문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가해자·피해 아동 분리 시급한 과제

기사입력 : 2020-11-18 20:57:51

아들, 딸을 둔 평범했던 한 엄마는 7년 전 울산에서 일어난 8세 여아 학대 사망 사건에 분노해 전국을 돌며 학대 피해 아동을 대변하는 일에 나섰다.

처음은 ‘하늘 소풍’이라는 온라인 카페에서부터 시작됐다. 아이가 숨진 날은 소풍날이었다. 지금은 창원에 있는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로 성장했다. 공혜정(53) 대표 이야기다. 그는 “어딘가에서 아동들은 학대를 당하고 있고,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해 극약 처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혜정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공혜정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공 대표는 “경남은 아동학대 사망 사례가 많은 반면 아동학대 발견율은 낮다”며 “이는 지역사회에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숨어 있던 학대 피해 아동이 죽어서야 발견되는 것”이라 표현했다.

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면 정부가 가장 먼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는데, 아동학대 고위험군 가정에 대한 방문을 자제하면서 아이들은 죽어났다”며 “방호복이라도 입고 찾아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대응 현장은 아직도 미흡하다. 최근 서울에선 경찰에 3번이나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조치를 하지 않아 16개월 된 영아가 목숨을 잃었다. 사정은 경남도 마찬가지다.

공 대표는 “얼마 전 부모가 아이를 너무 심하게 학대를 한다고 주변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아이가 당장 엄마, 아빠한테 안 맞고 있으니 종결을 했다고 한다. 아동학대 사건은 현장성이 없다. 그 집에서 아동학대를 한다고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출동하니 학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종결한다”며 “학대 피해 아동은 신고를 꺼린다. 가해자인 아빠가 감옥에 가거나 관계가 깨지면 자신을 누가 키워줄지 걱정한다. 누가 날 먹여 살릴 것인가 확신이 없어서 학대를 감내하는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공 대표는 시급한 과제로 학대 피해 아동의 분리를 꼽았다. 지난해 학대피해 아동이 분리되지 않고 가정에 계속 있는 경우가 83.9%에 달했다.

공 대표는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못 하면 지자체가 나서서 부모 역할을 해야 하며, 아동학대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합심해야 한다”며 “예컨대 출생률을 높이려고 많은 혜택을 주는데 적어도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해 그 노력의 반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문- 우리 주변에 지금도 학대를 당하는 아동들이 있을까

답- 당연한 이야기이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하루 100여명씩 학대사례로 판정된다. 통계상 드러나지 않은 피해 아동이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대피해아동 발견율이 굉장히 낮다. 아동학대는 신고도 어렵고, 발견도 어려워서 암수범죄라고 한다.

문-경남 아동학대의 심각성은

답-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지난해 도내 아동학대 사망자가 전국 42명 중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국감에서 경남의 지난해 아동학대 사망자가 5명으로 언급된 적도 있었는데 이번 수치가 확정 통계라 정확하다. 경남 다음 사망자가 서울·경기 각 7명이 나왔는데, 경남은 추계아동인구가 54만여명인 데 반해 경기도는 220만여명, 서울은 125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경남은 아동학대 발견율이 서울 다음 전국 최하였다. 학대 피해 아동들이 죽어서야 발견되는 것이다.

문-아동학대는 왜 발생하나?

답-인식의 문제다. ‘애 좀 때리면 어때’, ‘말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고쳐야지’ 어떠한 훈육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음은 아이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취지이다. 내가 부부싸움을 하거나 뭔가 짜증이 나면 분풀이를 한다던지 만만한 아이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가 많다. 우리사회 부모들이 아이를 체벌하는 것 외 어떻게 해야할 지를 여전히 잘 모른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는 79.5%가 가정이었으며 행위자는 부모에 의해서가 75.6%였다.

문-올해 코로나 사태 속 아동학대가 더 심각해졌다

답-지난해 42명이 죽었고 올해 어떤 통계가 잡힐지 사실 무섭다. 지난 시간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더 바빴다. 올해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나 제도적 시스템을 정비하던 와중이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면 정부가 가장 먼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아동학대 고위험군 가정에 대한 방문을 자제하라고 했다. 어찌 이리 후진적인 대책이 나오는가. 그 아이들을 방치하고 내버렸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방호복이라도 입고 찾아갔어야 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자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 속에서 아동들은 죽어났다.

문-서울에선 경찰에 3번이나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조치를 않아 16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답-경남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제보를 받았다. 김해 쪽인데 부모가 아이를 너무 심하게 학대를 한다고 주변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을 한 경찰이 아이가 당장 엄마, 아빠한테 안 맞고 있으니 종결을 했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면 아동학대 사건은 현장성이 없다. 그 집에서 아동학대를 한다고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출동을 하니 학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종결을 해버린다. 최소한 신고자 조사를 하던지 주변 조사를 해야 한다.(경찰청은 16일 2회 이상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오고 멍이나 상흔이 있는 경우 등에 부모와 아동을 즉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어떤 경우가 있냐면 학대 피해 아동이 신고를 꺼리고 두려움이 있다. 가해자인 아빠가 감옥에 가거나 관계가 깨지면 자신을 누가 키워줄 지 걱정한다. 누가 날 먹여 살릴 것인가 확신이 없어서 학대를 감내하는 현실이다.

문-지자체나 정부의 아동학대 시스템이나 정책을 평가한다면

답-사건이 터지면 요란하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보도자료가 나오고 법률 개정안도 쏟아진다. 창녕 천안 아동 학대 사건 이후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것만 40여건이 넘는다고 하는데 통과한 것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창녕 아동 학대 사건 이후 벌써 5~6개월이나 지났는데 지금까지 바뀐 것이 얼마나 있나. 경남도는 6월 8일 도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약국 등에 아동학대예방 포스터를 부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포스터들 우리는 본 적이 있나, 시민들이 실제 체감되는 것이 많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빠진 것이 있는데 아동을 직접 대면하는 경찰도 내부 교육이나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 경찰은 가해자들을 잡아들이는 사람인데 신고의무자도 아니어서 교육도 많이 없다.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곳이 아동청소년계인데 여기도 순환보직이지 않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문-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답-지자체나 경찰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가 불편할 수 있지만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을 살펴보면 지자체의 역할이 참 크다는 것을 느낀다.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준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의미일 것이다.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못 하면 지자체가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동과 부모 분리의 청구권자도 지자체장인 경우가 있고, 친권 제한이라든지 부분도 지자체장과 연관이 있다. 물론 검찰도 관련이 있고 하지만 지자체장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83.9%가 분리를 안 한다. 때린 놈한테 아이를 맡겨 놓는다. 명칭도 원가정 보호라고 한다. 어떤 범죄도 가해자한테 피해자한테 돌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일하게 아동학대만 가해자보고 피해자를 돌보라고 한다. 재학대의 경우도 원가정 보호 유지가 70%가 넘는다. 지자체가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문-아동학대가 근절되는 날이 올까.

답-비극적이지만 오지 않을 것이다. 아동학대가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윤창호법을 만들어도 민식이법을 만들어도 사고칠 놈은 사고를 친다. 근절에 대한 희망보다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합심해야 하지만 가장 먼저 지자체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출생률을 높이려고 많은 혜택을 주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그 노력의 반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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