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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직자에겐 있을 수 없는 일

기사입력 : 2023-07-25 20:54:03

지난 13일 경남도의회가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후보자 인사검증에서 과거 후보자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시절 기업체 대표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았던 이력을 확인하며 했던 말이 가슴에 꽂힌다. ‘있을 수 있는 일’.

당시 비공개 전환됐던 도덕성 검증 시간 해당 접대 이력과 관련해 어떤 문답이 오갔냐는 물음에 대해 돌아온 답변이었다. 모 의원은 경제환경위원장의 한 차례 질의 외에 여타 의원들은 추가 질의가 없었다는 설명과 함께 “으레 술 먹다 보면 한 번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따져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의원 한 명만 그랬을까. 다른 이도 기자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표현을 쓰며 후보자의 억울함을 호소하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보자의 비위사실을 두고 ‘접대’보다는 ‘유흥’에만 골몰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아니, 그랬기를 바란다. 공직자의 향응수수를 가볍게 생각하는 도의원들이라곤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경남TP 원장 후보자의 과거 유흥 접대 전력에 대한 기사가 나가고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에서는 꽤나 논란이 된 듯했다. ‘이러니 청렴도가 몇년째 바닥이다’, ‘직원들 비위엔 단칼이면서 간부라고 잣대가 너그럽다’ 등 글들이 달렸다. 특히 ‘이번에도 인당 100만원 안 넘어서 뇌물 아니라고 넘어간 거냐’는 공단의 병폐로 자리한 접대를 고발하는 내용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번 인사검증이 끝나고 어떤 이는 기자에게 “다른 사람이 불렀다는데 그런 것까지 일일이 통제해 갖고는 살기 어렵다”고 했다. 세상 살려면 어느 정도는 눈 감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청탁이라는 관례를 만들었을 것이다.

공직이 주는 무게는 남다르다. 김영란법이 생겨난 이유다. 자식이 공무원 준비를 한다 하니 “어떤 사소한 위법 행위도 하지 않겠다”던 부모님 말씀이 떠오른다.

세상을 둥글게(?) 사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자유가 공직자에게 허락된 적은 없다. 공직자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현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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