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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 건너 불구경’하는 초광역 경제동맹

기사입력 : 2023-09-25 20:28:08

약속은 또다시 무산됐다. 25일 우주항공청설치특별법에 대해 결론을 내기로 했던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의 마지막 회의가 내달 5일로 또 연기됐다. 특별법 통과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시일을 넘기면서 사실상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은 불발됐다. 추석 전 희소식을 기대했던 도민들의 한숨이 깊다.

사천 우주항공청 조기 설립은 세계 우주경쟁시대에 대응하는 국가의 핵심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경제로드맵을 발표하며,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표방한 사천 우주항공청을 추진했다. 이미 전 세계가 우주경제 산업에 뛰어들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고, 국내 산업이 하루빨리 우주항공 분야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정치이념을 떠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우주항공산업이 집적화된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데에도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안이 여야 정쟁으로 5개월 넘게 계류되면서 경남 도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 추진위원회’는 서울과 사천 등에 수차례 모여 울분을 토해냈고, 경남도와 사천시는 국회와 정부 등을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총력전을 펼쳤다. 공을 들인 만큼 진이 빠지는 모양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연대다. 부산2030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경남도와 울산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는 세계엑스포가 부산만의 이익이 아닌 지역균형발전,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동남권 발전을 함께 이끌어 갈 초광역 경제동맹 협력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천 우주항공청 설립도 경남만의 사안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 정책이라는 데 맥을 같이하지만, 부산과 울산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나치게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초광역 경제동맹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힘을 발휘하는 건 이럴 때다. 올 추석 전후로 이웃들의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며, 이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들도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 우주강국시대가 한 발 더 늦어지지 않길 바라는 한 경남 도민의 작은 투정이자 마땅한 바람이다.

조고운(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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