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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만난 우리시대의 청년예술인 (21) 피아니스트 이미진

‘건반 위의 예술’ 아름다운 세상을 들려드립니다

기사입력 : 2023-10-05 22:17:13

어릴 때부터 악기 소리에 호기심
아름다운 소리 내는 피아노에 반해
주말이면 하루종일 연습에 매진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 떠나
언어장벽·부상 등 스트레스에도
화려한 테크닉·음악성 인정받아
드레스덴 음대 석사 최고점 졸업
연주회·제자 교육 등 활발한 활동
“피아노와 끊임없이 대화·탐구
아름다운 음악 만들어가고파”


천재 음악가들이 만나는 세상은 온통 피아노 음과 박자로 만나는 게 아닐까. 그곳에는 일반인들이 듣지 못하는 음들로 펼쳐진 천상의 나라가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이미진(36) 피아니스트를 만났다.

환한 얼굴의 이미진 피아니스트를 보자,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얗고 긴 손가락이었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녀의 손가락이 검은 피아노의 건반을 춤추듯 경쾌하게 오르내리는 것만 같다.

이미진 피아니스트 클래식 인문학 콘서트 모습.
이미진 피아니스트 클래식 인문학 콘서트 모습.

이미진 피아니스트가 제일 좋아하는 곡을 묻자 피아노곡은 바이올린과 첼로곡에 비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곡 하나를 뽑기에도 너무 어렵다고 한다. 대신 러시아 연주자 소콜로프가 그녀가 유학하던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의 라이프치히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미진 유학생은 앞좌석에 앉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음이 파도를 일으키며 마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소콜로프는 큰 체형에, 화려한 기교와 테크닉을 가진 음색은 소름이 돋을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그의 곡을 CD로도 많이 들었지만, 그때 직접 들은 소콜로프의 음색을 잊지 못해 소콜로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그는 화려하고 엄청난 힘을 가진 연주자이지만 그의 음악을 눈을 감고 듣는다면 섬세하고 따뜻한 웅장한 음악의 반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대표적인 음악곡 소콜로프의 쇼팽 에튀드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음반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이스터 졸업연주회 곡으로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D.959를 선택했다. 한 곡의 길이가 무려 40분이었지만 슈베르트라는 작곡가의 깊이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미진 피아니스트 독주회 모습
이미진 피아니스트 독주회 모습

이미진 피아니스트는 어릴 때부터 악기의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바이올린도 배워보고 플루트도 배웠지만, 끝까지 배우고 싶은 것은 피아노였다. 피아노 건반은 손가락 몇 개만 움직여도 너무 예쁜 소리를 냈다. 그녀는 놀아도 피아노 학원에 가서 놀았고 몸이 아파도 피아노 학원만은 가야 했다. 손가락은 여러 가지 음들을 불러내 주위를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 채웠다.

중학생이 되면서 주말이 기다려졌다. 아침부터 종일 피아노를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학 4년 동안 틈만 나면 피아노 건반 앞에 앉아 다채로운 음들을 즐기는 가운데 무대에서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신을 자주 발견하곤 했다.

피아노 음이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 삶의 얘기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물소리를 냈고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다 어느새 부드러운 빗소리로 떨어지며 영혼을 울렸다.

이미진 피아니스트 독주회 모습
이미진 피아니스트 독주회 모습

이미진 피아니스트는 대학 졸업 후 피아노의 세계를 더 공부하고 싶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클래식의 본고장 독일은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모인 곳이었다. 수업 시간이면 그녀의 귀는 예민해졌다. 언어의 장벽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최고연주자 과정은 한 학교에서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의 소수 인원만 모집했으므로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다. 하루는 입시 시험을 치기 위해 다른 도시로 가서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다음 날 아침 학교로 가는 길에 미끄러져 팔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그 충격이 그대로 팔꿈치로 전달돼 실기시험을 못 치는 일이 생겼다. 몇 달 동안 불편하게 공부하다 보니 그 학기 입시 시험을 제대로 쳐보지도 못하고 다음 학기 입시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실패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합격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했다. 그녀는 잠이 들면서도 피아노 건반을 열정적으로 두드리는 상상을 하며 음악 세계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그는 화려한 테크닉과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아 독일 드레스덴 국립 음악대학 석사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하고, 최고 연주자과정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사사 피아 카이스는 재학 당시 그녀에게 “강한 의지와 추진력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며 탁월한 음악성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어려운 피아노곡들을 힘있게 잘 소화해 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진 피아니스트는 독일 유학시절 드레스덴 국립음대 콘서트홀, 칼마리아 폰 베버 박물관, 마르테우 하우스, 드레스덴 노이슈타트 바이써 히르쉬. 이탈리아 라구사 피아자 폴라, 이탈리아 팔라조 아레조 디 트리필레티 등 유럽의 수많은 무대에 오르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이탈리아 euterpe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이탈리아 piove di sacco 도시 음악 콩쿠르 국제 콩쿠르 2위, 이스키아 피아노 국제 콩쿠르, 이블라 그랜드 프라이즈 국제 음악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여 전문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미진 피아니스트
이미진 피아니스트

그녀는 2017년 12월 귀국독주회를 시작으로 이미진 피아노 독주회와 클라르베 창단연주회를 비롯해 현대음악제, 드뷔시 서거 100주년 기념 음악회, 일본 가와이 초청 연주회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경남 차세대유망예술인 10인으로 선정됐으며 국립 창원대학교와 창신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산 예술고등학교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경남 피아노 듀오협회, 경남 페스티벌 앙상블, 피아노 앙상블 클라르베 멤버 및 전문연주자로 다양한 무대에서 다채로운 연주 활동을 펼친다.

그녀는 가끔 독일 유학 시절의 여러 가지 경험을 떠올린다. 유럽의 문화들을 피부로 체험한 일들, 수업 시간에 교수님들과 나누었던 향기로운 시간과, 연주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바람은 계속적인 연구로 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스승, 피아노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탐구하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클래식 음악의 깊은 묘미를 즐기는 분들이 귀한 발걸음으로 연주회를 찾아와 주신다면 더욱 분투하여 새로우면서도 열정적인, 환상의 음악 세계를 선사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진 피아니스트는 오는 12월 2일 창원시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피아노 4hands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무대를 준비 중이다.

홍혜문(소설가)
홍혜문(소설가)

홍혜문(소설가)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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