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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82) 우영우 팽나무

삼백년 세월 푸르른 그늘 아래 온 동네 희로애락 담겼네

기사입력 : 2023-11-27 21:12:12

당산나무의 그늘 농사

나이가 삼백은 넘었을 거라는

우리 동네 팽나무

해마다 쉰 평의 그늘 농사를 지었지

낮에는 늙수구레한 남정네들의 사랑방이었다가

밤이면 할매들과 엄마들이 이야기를 풀면

슬하에 누워 듣는 맛이 쓸쓸하고 슬펐네

아이스케키 장수가 지나가고

칠게장을 보리쌀과 바꾸는 방물장수의

발등 부은 고단함도 쉬었다 갔네

대처로 유학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

지쳐 한쪽으로 기운 등과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기도 하고

온 동네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네


☞ 드라마로 유명해진 팽나무. 조선시대에 심었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부터 창원 동부마을 사람들의 신목으로 마을을 지키는 노릇을 해왔던 이 나무는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며 우영우 팽나무라는 명칭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팽나무에 대한 가치 및 보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화재청에서 2022년 10월 7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한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낙동강가 언덕에 있다. 미디어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시골 마을 북부리. 어릴적 친구들이 더러 살았던 곳. 강가 밭과 대산들의 논에서 농사를 짓던 순박한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곳인데, 드라마로 뜬 뒤부터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한다.

시·글= 이월춘 시인·경남문학관장, 사진= 김관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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