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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창원문성대 간호학과 교수 모집 난항

“학과 운영 의지 안보여” 학생 비대위 ‘불안’

기사입력 : 2024-01-29 20:48:52

창원문성대학교 간호학과의 전임 교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대학과 학생 간의 갈등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수 채용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학생들은 졸업학점을 채우지 못해 간호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대학 측은 교수 지원 자격을 낮추고 수업 결손 대책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이 중심이 돼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의 간호학과 운영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대학 측 “문턱 낮춰 전임교수 공고
수업 결손 없게 출강 협조 받을 것”

비대위 “자격 완화 요구 소폭 조정
교수 채용 번번이 무산돼” 토로


◇간호학과 교수 부족 사태= 간호학과 교수 부족 사태는 이달 실습 오리엔테이션에서 불거졌다. 지난 15일 이 대학 간호학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실습 오리엔테이션(OT)에서 한 교수는 ‘지금까진 부족한 교수진으로 강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한계에 달했고 교수가 뽑히지 않으면 휴강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전임교수 10명 중 5명이 한꺼번에 학교를 떠났다. ‘한국간호교육평가원 인증기준’에 따르면 양질의 교육을 위해 전임교수 1인당 1주 수업시간이 학기당 평균 12시간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 대학 간호학과 전임교수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수업시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등 학습권을 침해당한 것은 물론 간호사 국가고시를 치르는 데 필요한 수업을 개설하지 못해 응모 자격을 얻지 못할까 우려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특히 비대위는 대학이 ‘간호교육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폐과가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간호교육 인증평가는 교육과정 운영 및 교육 여건 등이 간호 전문직 수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다.

창원문성대 간호학과는 지난 2020년 평가에서 일부 항목과 영역이 기준을 미충족하지만, 단기간에 개선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3년 기간(2021년 6월~2024년 6월)의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평가에서는 1년 기간(2024년 6월~2025년 6월) 인증에 그쳤다. 1년 인증은 ‘한시적 인증’으로 전임교원 확보와 교육 시설과 설비 등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정 기간 집중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경우 부여된다. 한시적 인증 판정에 따라 창원문성대는 올 하반기에 인증평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인증불가’ 판정을 받게 된다. 인증불가 판정을 받으면 교육부는 대학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인증이 만료되는 2025년 6월까지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2026학년도 입학생부터는 간호사 국가고시를 응시할 수 없다.

창원문성대 간호학과 재학생은 320명으로 인증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10명의 교수가 필요하지만, 현재 절반인 5명에 불과하다. 대학 측은 1명 여유를 두기 위해 총 6명을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차례 채용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었다.

◇총장 모집 ‘답변’에도 비대위 ‘불안 여전’= 대학 측은 채용하려 해도 지원자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비대위는 대학이 ‘산업체 전담 교원’으로 교수를 모집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6일 학교 측이 대학 교원 채용정보 사이트에 낸 채용 공고문을 보면 ‘전임교원(산업체 전담 교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원 자격은 ‘간호학 박사학위 소지자’, ‘임상 경력 3년 이상인 자’이다.

대학 측은 지난 23일 비대위의 요청에 따라 지난 25일 올린 채용 공고문에 ‘산업체 전담교원’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전임교원(정년트랙)’을 명시했다. 그러나 ‘석사학위 이상’으로 자격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은 ‘간호학 박사과정 1개 학기 이상 재학중인 자’로 소폭 조정된 데다 당초 ‘임상 경력 3년 이상인 자’ 조건은 ‘5년 이상’으로 되레 상향됐다.

대학 측은 전임교수 채용에 노력하고 수업 결손이 없도록 인근 대학의 출강 협조 등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문성대는 2009년부터 정년 트랙 전임교수를 ‘산업체 전담교원’이란 이름으로 채용해 왔는데, 산업체라는 용어 탓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채용 공고에 정년트랙을 정확히 명시하기로 했다”며 “문턱을 낮춘 만큼 이번엔 지원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인증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으면 그다음 해부터 신입생 모집 정지 처분으로 신입생을 받을 수 없고 머지않아 폐과가 되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학교 측은 학과를 운영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학교 측의 대응에 간호학과 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창원문성대학교 전경./창원문성대학교/
창원문성대학교 전경./창원문성대학교/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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